사설

미·일 안보블록 키운 윤 대통령, 중·러 외교 과제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회담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 후 6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대북억지력 강화”와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 공고화”를 위해 “3국 간 전략적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등 3자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강화, 경제안보 등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우선 이번 G7 회의 주 관심사는 서방이 중국을 견제하고, 러시아를 압박하는 연대를 공고히 하는 데 있다. G7 회의 결과 문서에는 중국을 향한 가장 강력한 경고가 담겼다. 중국의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하고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또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 뜻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의 참석은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서방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G7이 한국·인도 등 비회원국 정상을 초청한 것은 그 외연을 넓히려는 조치였다. 한국은 그런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윤 대통령은 G7 확대회의에서 중·러를 겨냥해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목적을 달성하는 전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지뢰 제거 차량과 군사 장비 등의 제공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회의 참석은 취임 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지정학적 구도에서 충실한 역할을 해온 외교적 행보에 정점을 찍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강제동원 문제 졸속 해결 후 방일하면서 그 방향으로 급가속 페달을 밟았다. 과거사 문제 해법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국내 부정적 여론에도 북한 위협을 구실로 모든 행보를 정당화하려 한다. 4월 방미를 전후해 대만·우크라이나 문제로 중·러와 거친 말을 주고받았고, 북한과는 모든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태다. 이 시점에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한·미·일 회담에서 속도를 내기로 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등 3국 안보 협력이다. 사실상 미국의 통합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어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 주도 경제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며 악화된 중국과의 교역 관계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질서 재편을 주도하는 능동적 행위자로 변모했다고 자찬한다. 꼭 그렇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행보는 중국·러시아·북한과의 외교 공간을 좁히며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촉진시킨 과정이었다. 윤 대통령에겐 향후 중·러와 관계를 어떻게 할지 과제로 남았다. 강경 일변도 대북 정책 역시 입체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중·러를 향해 강력한 경고를 쏟아낸 G7 국가들이 정작 뒤로는 이들과 접촉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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