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빚 줄고 연체율은 급증, 고금리 대책 정교해져야

올 1분기 가계빚이 지난해 4분기보다 13조7000억원 줄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든 걸로 보인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7% 줄었다. 지난해 1분기(1862조9000억원)와 견줘도 9조원 감소했다. 전년 대비 가계신용이 준 것은 한은의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대출에 신용카드 사용액까지 합친 것으로 가계의 실질적인 부채 총액이다. 2020~2021년 분기마다 30조원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가계신용 감소세는 그 자체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져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는 늘고 있다. 지난 4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270%로 전달보다 0.032%포인트 올랐다. 요즘 은행 실무자들이 체감하는 가계 신용위험도는 2003년 ‘카드 사태’ 시기에 버금간다. 한은이 204개 금융기관 여신총괄 책임자를 상대로 조사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대출 있는 가계의 신용위험도는 지난 1분기 39에서 2분기 42로 높아졌다. 2003년 4분기(44) 이후 가장 높다. 이 지수는 -100에서 100 사이에 분포하며 지수가 양(+)이면 증가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연체율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점이다. 대출금리 갱신 주기가 6~12개월이므로 올 상반기 이후엔 거의 모든 대출자에게 고금리가 적용된다. 당국이 금융사들을 압박해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75%포인트 높아 시장금리는 환율 변동 등에 따라 언제든 폭등할 수 있다.

막대한 가계부채로 인해 내수는 위축됐는데 수출은 회복 기미가 안 보인다.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고금리는 취약 가구의 집단 파산을 불러와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이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이럴 때일수록 선제적이고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금융사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려 건전성을 높이고, 정부는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가계의 맞춤식 지원과 사회안전망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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