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아빠 찬스’ 수뇌부 공백 사태, 제대로 쇄신해야

자녀 채용 특혜 의혹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 사무총장(장관급)과 송봉섭 사무차장(차관급)이 지난 25일 사퇴했다.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박 사무총장 딸은 지난해 1월 전남도선관위에 9급으로 채용됐다. 박 사무총장은 당시 사무차장으로 채용을 승인한 결재권자였다. 송 사무차장 아들은 충남 보령시에서 8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2018년 선관위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8급으로 채용됐다.

선관위는 선거와 국민투표를 관장하고 정당·정치자금에 관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기관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조직의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므로 선관위 공직자는 스스로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가 될 경우 신고해야 한다는 선관위 공무원 행동강령도 지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3월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아들 특채·승진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지 1년2개월 만에 똑같은 일이 선관위 수뇌부에서 반복됐다는 것이 충격이다.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자녀가 선관위에 채용된 뒤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사무총장 딸은 채용 이후 6개월, 송 사무차장 아들은 1년3개월 만에 승진했고 이번에 적발된 6명 중 5명의 직급이 올라갔다고 한다. 직원들이 수뇌부의 자녀 채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조직에서 오래전부터 ‘쉬쉬’해온 폐단이었던 셈이다.

선관위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특별감사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5급 이상 직원의 자녀 채용 사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내부의 폐단과 악습을 도려내야 한다. 여당에서는 전 정부에서 임명된 노 위원장의 관리 책임을 물어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사무총장도 외부 인사로 선임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독립된 헌법기관을 향해 정치권이 군기잡기식 압박을 하는 것도, 감사원 같은 외부기관이 감찰 주체로 나서는 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고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여당은 10개월 뒤 총선을 치를 선관위에 부당한 외압성 발언을 해선 안 된다. 그에 앞서 수뇌부 공백 사태로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선관위는 조직·인사 전반을 쇄신해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한다. 자체 감사를 엄중·신속히 진행하고,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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