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뢰·호우·우박 세진 여름, 기후재난 대비 서둘러야

지난 10일 전국 곳곳에 천둥·번개와 돌풍·우박을 동반한 강한 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강원 양양 해변에서는 20~40대 남성 6명이 벼락(낙뢰)을 맞고 쓰러져 1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경기 포천과 강원 화천 등지에서는 지름 1㎝ 크기의 구슬만 한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을 강타했다. 경기 남양주에선 다리를 건너던 차량이 갑작스러운 폭우로 침수·고립됐고, 서울 상계동에선 5m 길이의 옥탑방 구조물이 강풍에 떨어졌다. 기상청은 대기가 불안정한 탓에 이처럼 요란한 날씨와 국지성 호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여름 때 이른 기후재난은 예견됐다. ‘따뜻한 봄’이 전조였다. 기상청 분석 결과 지난 3~5월 전국 평균기온은 13.5도로 역대 최고였다.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라 해가 갈수록 이상기후가 잦고 세지는 양상을 여실히 보였다. 기상청은 6~8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가능성을 80%로 예측하고 있다. 예측이 비슷했던 지난해에도 역대급 국지호우가 나타난 걸 감안하면 올여름도 기록적 고온·폭우·태풍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하순에 시작돼 8월까지 이어진 중부지방 폭우 사태의 상흔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시내 지하철역과 주택·도로가 순식간에 침수되며 반지하집에 살던 주민 등 시민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지방 각지에서도 홍수·산사태가 나서 극심한 인명·재산 피해가 났다. 올여름에도 이런 재난 우려는 산재하고 있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반지하 주택을 전수조사해 침수방지 시설을 설치한다고 약속했으나 여전히 무방비 상태인 곳이 다수다. 말뿐인 대책에 그친 것이다. 정부도 재난안전 시스템을 거듭 점검하고, 방재 시설·인력 확충 등은 선제적으로 마쳤어야 한다.

기후재난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해야 한다. 재난은 취약계층에 먼저 닥쳐온다는 점도 정부와 지자체는 유념하기 바란다. 재난이 닥치고 나서야 대책을 세우면 이미 늦는다는 걸 지난해 충분히 체득하지 않았나. 반지하의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약계층을 우선 살피고 침수 예방책은 물론 재난경보 시스템과 정부·지자체 간 협력 체계도 단단히 구축해야 한다. 기후재난은 일상 가까이에 있다. 일찍 맞닥뜨린 여름 기후재난에 서둘러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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