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포동의안 또 부결, 온정주의 갇힌 민주당 혁신할 수 있나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무기명 투표 결과 윤관석,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연합뉴스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무기명 투표 결과 윤관석,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연합뉴스

여야 의원들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최근 자진 탈당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장면을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여야 의원들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최근 자진 탈당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장면을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재석 의원 293명의 무기명 투표에서 윤 의원은 찬성 139표·반대 145표, 이 의원은 찬성 132표·반대 155표로 가결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찬성 당론을 정한 상황에서 과반 167석인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부결에 표를 던진 것이다. 온정주의에 갇혀 방탄 국회를 초래한 민주당 태도가 유감스럽다.

야당 대표를 뽑는 전대에서 돈이 오간 충격적 사건이었던 터라 두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이 예상됐다. 하지만 무더기 이탈표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징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6일 두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두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했고, 당내에서도 동정론이 일었다고 한다.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국회가 검찰 놀이터가 됐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며 검찰의 ‘기획수사’를 규탄하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두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사건 연루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표결 전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가결이든 부결이든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런 혼선 속에 당은 당연시된 ‘방탄조끼’를 또 벗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부서 전체가 야권 수사에 집중하는 시국은 민주당이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민의를 왜곡한 구태 정치를 공당이 감싸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민주당은 두 의원에 대해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소극적이었고, 이 문제를 탈당으로 일단락지었다. 이날 표결도 불체포 특권이 위법·비리 보호막으로 남용되는 것을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하고,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에 이어 또다시 온정주의에 휩싸인 민주당이 더 큰 혁신의 칼을 스스로에게 빼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각종 도덕성 문제로 풍전등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는 ‘재창당 각오’로 쇄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혁신위원회 수장은 지명 당일 낙마하고 혁신위 구성도 지연되고 있다. 이 와중에 벌어진 상임위원장 밥그릇 싸움은 국민적 공분을 키우다 뒤늦게 봉합됐다. 민주당은 두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총체적으로 혁신 의지를 의심받는 중대 사건임을 직시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대오각성 없이, 뭘 혁신하겠다는 분명한 목표와 그림 없이 우왕좌왕하면 국민 불신과 심판에 직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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