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상혁 면직 유효 결정, 윤 정부의 ‘방송 장악’ 우려 커진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23일 기각했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면직 처분이 유효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정부가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펼쳐온 한상혁 위원장 끌어내리기가 법원 결정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법원의 판단은 방통위가 독립된 행정기관이고 위원장은 탄핵에 의해서만 면직될 수 있도록 신분과 임기를 보장한 법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유감스럽다. 이런 식이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4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 전 위원장을 면직했다. 재판부는 “TV조선 재승인 심사 평가점수가 수정된 사실을 한 전 위원장이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면직 사유를 인정했다. 또 “방통위원장도 방통위원 중 1인이므로 면직 사유가 있으면 면직 가능하다”며 면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방통위원장은 헌법이나 법률 위반 시 국회에서 탄핵할 수 있도록 별도 규정하고 있다. 법 취지에 비춰본다면 방통위원 면직 사유를 방통위원장에게 적용한 법원 판단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방통위는 KBS·방송문화진흥회(MBC)·EBS의 이사 추천·임명 권한을 갖고 있다. 방송사 경영진을 정권 입맛에 맞는 이들로 바꾸려면 방통위 재편이 선결 과제다. 윤석열 정부가 총선 전에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기 위해 방통위원장을 정권 초기부터 그토록 끌어내리려 했던 까닭이다.

이날 판결로 방통위는 여권 몫 김효재 부위원장, 이상인 방통위원과 야권 몫 김현 방통위원의 여당 편중 체제로 운영된다. 방통위가 최단기간 입법을 예고한 KBS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도 다수결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가 개정안을 다음주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면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까지 속전속결로 절차가 진행될 게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돼온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이른 시일 내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때 언론 탄압에 앞장선 이 특보가 공영방송을 얼마나 퇴행시킬지 우려가 크다. 현직 대통령실 특보가 곧바로 방통위원장으로 가는 것 자체가 방송통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정권이 방송을 길들이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어느 정부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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