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사회 우려 끝내 외면한 일본 오염수 방류 강행 규탄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일정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일정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2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4일부터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 만이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근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면밀히 검증되지 않았다. 일본 국내뿐 아니라 주변국 시민들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이를 외면한 채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기로 한 것을 강한 어조로 규탄한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33만t을 바닷물과 희석해 해저터널을 통해 30년간 방류하게 된다. ALPS 장비로 정화해도 삼중수소와 탄소-14는 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바닷물로 40배 희석하면 방사성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추게 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사고 원전의 오염수를 배출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었다. 미국에서는 인디언포인트 원전의 오염수를 허드슨강으로 방류하려다 주민반대로 보류했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일본은 ALPS가 가동초기부터 고장이 잦았던 사실을 은폐해왔고, ALPS 성능 확인을 위한 IAEA의 시료 채취도 거부했다. IAEA 보고서는 삼중수소 등 방사성 핵종이 생물 축적을 거쳐 인체에 흡수될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염수 정화 및 방류가 수십년간 사고나 오작동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오염수를 콘크리트로 굳히는 등 대안이 제시돼 왔다. 그런데도 일본은 바다 방류라는 가장 싼 방법을 택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는 주변국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침해하고 미래 세대에 위험을 전가하는 처사다. 태평양에 흘려보낸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전 지구를 돈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일본이 져야 한다.

우리 국민의 60% 이상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수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않았다. 오히려 IAEA 보고서를 근거로 방류를 사실상 승인했다. 정부·여당은 국민의 정당한 우려를 괴담·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일본을 대변하기에 급급했다. 일본에 과거사 책임을 덮어 국민 자존심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국민 안전과 건강도 지키지 못하는 한·일관계 개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돌이키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한국 측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후쿠시마 현장에 방문하고, 실효적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방류가 계획과 다르게 진행될 경우,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우리 어민 피해 지원 대책을 서두르는 한편 일본에 대해서도 방류 이후 불거질 피해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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