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결손액이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됐다. 18일 기획재정부는 당초 400조5000억원으로 잡은 올해 세수 전망치가 341조4000억원으로 59조10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를 내놨다. 결손 기준 오차율은 14.8%로 역대 최대치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재부는 “세수 부족으로 인한 민생·거시경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세수 예측 실패의 주름살이 바로 민생에 드리워지는 판국에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세수 펑크 주요인으로 기업 실적 악화와 자산시장 침체에 따른 법인세·소득세 감소를 꼽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라살림 적신호에도 부자감세를 고집해 줄어든 소득세·종합부동산세·법인세가 6조원을 넘는다. 국가 재정관리 기본인 세수 추계를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율로 틀려놓고 그저 코로나19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것이다. 추계 방식의 개선과 책임 추궁이 필요하고, 정부 조세정책 방향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내년 ‘역대급 초긴축 예산’을 짠 정부는 이번 59조원 세수 결손을 나랏빚인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중앙정부가 메워야 할 36조원 중 20조원을 외국환평형기금 여윳돈에서 확보하겠다고 한다. 대외 경제환경이 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환 방파제부터 허물고 보는 궁여지책이다. 정부지출을 줄이는 ‘불용’을 택할 경우엔 경기침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2분기 정부지출이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방정부도 비상이다.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부세 11조6000억원을 비롯해 23조원의 재원이 자동 삭감되게 생겼다. 그렇잖아도 올해 상반기 세수가 줄어들어 지방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까 우려스럽다. 시·도교육청들도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예산이 11조원이나 깎이면서 고민에 빠졌다.
하반기에는 경제가 나아진다는 ‘상저하고’를 앵무새처럼 외치던 정부가 역대급 세수 펑크에도 ‘민생·경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되뇌고 있다. 세수 추계에 실패해놓고는 경기부양에 필요한 국채 발행은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하니 안 된다고 한다. 국가 운영이 민생 아닌 재정건전성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꼴이다. 기재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