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뉴스 척결 외치더니 ‘가짜뉴스 장본인’을 장관앉힐 건가

온라인 뉴스 사이트 ‘위키트리’가 창업자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회사 복귀 뒤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정정보도·손해배상 요청을 받은 건수가 복귀 전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7~2018년 5건이었던 언론중재위원회의 위키트리 기사 조정 건수가 김행 후보자가 이사로 복귀한 2019년 3월 이후 57건으로 늘었고, 대부분 ‘가짜뉴스’ 때문에 제재를 받았다. “가짜뉴스는 살인병기”라더니 정작 본인 회사가 허위보도를 남발해 온 것에 대해 김 후보자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위키트리는 2019년 한 걸그룹 멤버가 학교폭력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고 허위보도를 했다가 정정보도를 했고, ‘여자 혼자 사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여장 남자’라는 보도 기사에 사건과 무관한 사람의 사진을 실었다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했다. 가짜뉴스 퇴출 공세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도 위키트리의 ‘가짜뉴스’로 피해를 입었다. 광복절에 중국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를 찾았던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방명록에 ‘대한민국’이라고 쓴 것이 ‘대일민국’으로 읽힌다고 위키트리가 보도했고,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나 전 원내대표 요구를 언론중재위가 수용해 기사 열람이 차단됐다. 그러고도 김 후보자는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은 사회적 폐해”라고 했는데 이쯤 되면 자가당착을 넘어 후안무치 아닌가.

김 후보자는 본인이 받고 있는 의혹도 가짜뉴스라고 부인하며 으름장을 놓기 바쁘다. 2013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위키트리 운영사인 소셜뉴스의 주식을 시누이에게 매각한 후 되산 ‘주식 파킹’, 2015년 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양성평등진흥원이 김 후보자가 창업한 소셜홀딩스와 수의계약을 맺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명백히 공직 윤리를 저버린 위법행위다. 여권 내부에서도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하며 규명을 촉구할 정도다.

윤석열 정부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계기로 ‘가짜뉴스 척결’을 부르짖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상파·종편에 보도 가이드라인 제출 요청을 검토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중대한 공익 침해로 규정한 보도를 포털에서 차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심의 대상이 아닌 인터넷 보도까지 규제하는 ‘법 무시 발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비판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고 누구나 의심하는 상황이다. 그런 차에 ‘가짜뉴스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김 후보자를 장관으로 앉히려는 윤석열 정부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검증 부실이다.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이 그나마 신뢰를 얻으려면 김 후보자 지명부터 철회해야 할 것이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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