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용균의 죽음, 이제 누구에게 책임 물어야 하나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사망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건과 관련해 7일 대법원이 원청 업체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사장과 서부발전 법인에 무죄를 확정했다. 사건 발생 5년 만이다. 생산 현장에서 남발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에 사법부가 경종을 울려주기를 기대한 시민과 노동자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판결이다. 사업주가 용역이나 도급 형식으로 업무를 외주화하면 그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조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구에게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나.

고인은 2018년 12월11일 새벽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와 롤러 사이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원·하청 기업 법인과 사장 등 임직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1·2심 모두 김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표이사의 역할은 안전보건 방침을 설정하고 승인하는 일이지, 작업 현장의 구체적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에 관한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고인이 사내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이라는 이유로 서부발전 법인도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서부발전은 분리가 불가능한 공정을 인위적으로 떼어 용역을 줬다. 비용 절감 목적의 불법 파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인을 비롯한 하청 업체 노동자들은 설비 운전·점검 의무만을 질 뿐, 시설 변경이나 개선에 관한 권한 자체가 없었다. 만일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었다면 참사 발생 확률도 낮추고, 이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필요성과 중요성을 새삼 다시 일깨운다.

고인의 죽음 이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공사장에서 떨어지고 기계에 끼여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행렬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하루에 6명꼴이고, 지난해 산재 사망의 81%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2년간 유예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또다시 미루려고 하고, 더불어민주당도 동조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우려된다는 이유인데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고 기업주만 사람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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