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직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해달라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상황이 팔레스타인인들 전체와 중동지역 평화와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요구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유럽연합(EU)은 이 결의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유엔 사무총장을 비난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유엔 헌장 99조는 사무총장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 안보리의 관심을 촉구할 수 있도록 한다. 안보리 결의는 국제 분쟁에서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회원국들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 조항은 매우 절제돼서 사용됐는데, 1960년 콩고 독립 후 벨기에의 괴뢰정부 수립 시도, 1979년 테헤란 미국대사관 직원 인질 사태, 1989년 레바논 내전 때 이후 이번이 네번째다. 앞선 사례들은 모두 미·소 냉전으로 안보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때 일이다. 지금이 그때만큼 안보리 분열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조치는 이번 중동전쟁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 여론을 반영한다.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두 달간 이어진 전쟁에서 이스라엘 사망자 1200여명, 팔레스타인 사망자 1만5000여명이 발생했고, 팔레스타인 사망자 중 40% 이상이 어린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일하던 유엔 직원도 130여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최근 민간인들이 피란한 가자지구 남부지방까지 공격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현 상황의 지속이 지역 평화와 안정은 물론 인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미국은 이번 결의안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길 바란다. 앞서 미국은 휴전 촉구 결의안들을 번번이 좌절시켰다. 미국은 자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비호로 인해 가자지구가 인도주의적 지옥으로 변한 것에 대해 깊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내년 1월 안보리 이사국 임기를 시작하는 한국은 당선국 자격으로 이미 안보리 논의에 비공식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그럴 기회가 있다면 미국·영국 등을 상대로 휴전 결의 찬성 의견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