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청부 민원’을 냈다는 의혹을 제기한 공익신고자를 개인정보 유출로 수사해야 한다고 몰아가고 있다. 문제의 민원은 가족·지인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보도한 MBC 등 방송사들의 보도를 심의해 달라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본인이 낸 민원을 본인이 심의한 셈이다. 그런데도 류 위원장은 사실관계를 밝히기는커녕 제보자 색출을 지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청부 민원’도 몰염치한데, 오히려 공익신고자를 엄벌하겠다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은 지난달 25일부터 언론사 보도가 쏟아졌다. 이 민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방심위가 뉴스타파와 MBC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신고자를 범죄자로 몰며 자체 특별감사에 착수하고, 의혹을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 2일 신년사에선 더 나아가 개인정보 유출 범죄가 본질이라는 궤변을 늘어 놓았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도 얼마 전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이라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할 만큼 청부 민원은 고위 공직자의 정도를 벗어났다. 오죽하면 방심위 노조가 “도둑 잡으라고 외쳤더니, 외친 소리가 시끄럽다고 오히려 신고한 사람을 처벌하려고 한다”며 분노하겠는가.
진상 규명을 위해 3일 야당 측 방심위원들이 요구한 방심위 전체회의도 여권의 방심위원들이 무더기 불참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류 위원장과 여권 방심위원들의 오만한 태도는 윤석열 정부의 기형적인 ‘2인 방통위’ 체제와 비판 언론 탄압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신고자 제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거들고 나선 형국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누구든지 부패행위 신고를 한 자에게 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자료 제출 등을 한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공익 신고자 보호 제도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내부 보복으로 공익 신고자가 피해를 받고, 공익적인 내부 고발·감시·제보가 위축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방심위와 여권은 제보자 색출에 앞장설 게 아니라 진상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류 위원장은 ‘청부 민원’의 진상을 공개하며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 권익위는 제보자에게 어떤 불이익도 없도록 보호 조치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