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부민원’ 비판한 야권 의원 해촉한 류희림 방심위의 적반하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해 9월19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해 9월19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해 언론을 손보려 한 정황이 드러나자 방심위가 이를 덮기 위해 무리수를 연발하고 있다. 방심위 수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반성하기는커녕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가 하면 이 사안을 다루려는 회의를 무산시키는 등 ‘위원장 방탄’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야권 추천 김유진·옥시찬 위원의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 잘못을 감추려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몰아내다니 그야말로 ‘적반하장’ 아닌가.

파행은 류 위원장이 가족·지인을 시켜 뉴스타파 등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는 신고가 지난달 접수되면서 비롯됐다. 이에 야당은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류 위원장도 신고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열릴 예정이던 방심위는 올 들어 두 차례 모두 파행했다. 여권 위원들의 방해 공작에 막힌 탓이다. 이날 방심위는 문제를 제기해온 야권 위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해촉을 밀어붙였다. 방심위는 옥시찬 위원이 지난 9일 방송소위에서 위원장에게 욕설을 하고 퇴장한 점, 김 위원에 대해서는 ‘청부 민원’ 안건 관련 정보를 언론에 알린 점 등을 문제삼았다. 회의석상에서 욕설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청부 민원’ 의혹을 뭉개려는 류희림 위원장의 행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해촉건의까지 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방심위는 현재 여권 추천 위원 4명, 야권 추천 위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해촉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한다. 재가될 시 방심위는 일시적으로 여야 4대 1 구도가 된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몫의 위원 둘을 새로 앉힐 경우 여야 균형은 6대1까지 허물어질 수 있다. 방심위 위원을 여야에서 추천하는 이유는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해 공공성·공익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대로라면 합의제 기관의 취지도 무색해진다.

방심위의 존립 취지를 훼손한 류 위원장이 자리에 있는 한 방심위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원장 본인의 의혹을 덮기에 급급해 ‘심의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묵과할 일이 아니다.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심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방심위가 제 역할을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류 위원장은 ‘청부 민원’에 대해 사과하고 하루속히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비판 언론을 옥죄기 위해 ‘류희림 방심위’의 꼼수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국민을 너무 얕잡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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