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622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고, 앞으로 20년에 걸쳐 최소한 양질의 일자리가 300만개는 새로 생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를 연장하겠다면서 “ ‘대기업 퍼주기’ 이런 이야기들이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거짓선동에 불과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600조원 넘는 투자를 한다고 해도 자본집약적인 반도체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300만개나 늘어난다고 한 것은 의구심이 인다. 반도체산업은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높지만 취업유발계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지난해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산업 취업유발계수는 2.1이다.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직간접적으로 늘어나는 취업자가 2.1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를 대입하면 622조원을 투자해도 일자리는 130만명 늘어나는 데 그친다. 윤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일자리 300만개 증가를 언급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반도체가 한국 주력산업인 만큼 정부의 일정한 지원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고용 등 국민경제와의 연관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경기 변동성이 강한 반도체 부문에 대한 국민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또 “탈원전을 하게 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이라는 건 포기해야 된다”고 했는데 이 또한 궤변이다.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있는 대만이 2016년 약 20%이던 원자력발전 비중을 지난해 8%대로 낮춘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지난 4일 경기 용인, 지난 10일 일산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감세와 선심 정책, ‘장밋빛 청사진’으로 버무려진 채 대통령이 하고픈 말만 전달하는 일방통행 이벤트일 뿐이다. 반면 2024년 1월도 절반이 지났지만 신년 기자회견 소식은 없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21일 마지막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이후로는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기자회견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민생토론회를 열며 신년 기자회견을 피해가려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불안한 안보상황, 한·중관계는 물론 ‘김건희 특검법’ 등 국민이 직접 대통령의 답을 들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껄끄러운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겸허하고 솔직하게 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이 권위주의 국가가 되어간다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신년회견은 생략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