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 우선한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정부는 연착륙 힘쓰라

민주노총, 생명안전행동, 정의당 관계자들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총에 참석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시도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민주노총, 생명안전행동, 정의당 관계자들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총에 참석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시도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유예 없이 확대 시행된다. 적용을 2년 미루자는 정부·여당의 제안을 더불어민주당은 1일 의원총회에서 격론 끝에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소모적인 갑론을박은 이제 그만할 때다. 정부가 할 일은 그간 소홀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안전 지원을 늘려 억울한 중대재해 희생자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이 제도를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유예안 수용불가 입장에 대해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노동자 안전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조건으로 유예에 찬성하려다가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하는 격”이라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접었다. 2022년 기준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비율은 41.7%로, 연간 2200명이 넘는 산재 사망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떨어지거나, 부딪히거나, 끼여서 죽는 ‘재래형 사고’가 대부분이다.

2022년 중대재해법 발효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을 2년 미룬 것은 준비가 필요해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한국경총에 따르면 이들 기업 10곳 중 8곳이 고용노동부의 컨설팅을 구경도 못해봤다.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개선 사업 예산은 삭감됐다. 틈만 나면 ‘민생 살리기’를 외치면서 진짜 일터의 안전 문제는 챙기지 않은 책임이 크다. “민주당이 800만 근로자와 83만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들의 눈물을 외면했다”는 여당의 비판이 설득력 없는 이유다.

한국은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 탓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0.29)을 웃도는 후진적인 산재 사망사고 만인율(0.43)이 이어져왔다. 중대재해법은 이렇게 위험이 상존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으로, 사고예방 의무를 이행한 사업주는 처벌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전국 84만개의 50인 미만 사업장을 꼼꼼히 점검해 사업주들이 안전보건 준수 의무사항을 몰라서 못 지키고, 법적 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지원·감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재정 지원과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무려 70%에 달한다.

노동자 안전은 정치 진영을 뛰어넘는 인권의 문제이며, 노동자 개인의 삶이 걸린 문제다. 안전 비용을 아끼는 한국 사회의 악습을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할 때다. 더는 중대재해법을 흔드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산재 사망 10건 중 4건이 일어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본적인 안전망이 세워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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