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쿠바 수교, 양국 교류·국익 외교 넓히는 전기로

한국과 쿠바가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양국은 지난 14일 미국 뉴욕에서 주유엔대표부 대사 간에 수교 문서를 교환했고, 즉시 이 사실을 공개했다. 이로써 한국과 쿠바는 각각 시리아와 이스라엘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를 갖게 됐다. 이번 수교로 한국 외교의 지평이 넓어진 걸 환영하고, 양국 시민들 사이의 친선과 교류가 증진되길 바란다.

한·쿠바 수교는 김대중 정부 이래 역대 정부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윤석열 정부에 와서 결실을 맺었다. 정부는 1999년 미국의 양해 아래 유엔의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 결의에 찬성함으로써 쿠바에 우호의 손짓을 보냈고, 2005년 코트라 무역관을 쿠바 수도에 개설해 경제 협력도 모색했다. 2015년 미·쿠바 외교관계 재수립 후 한국도 본격적으로 쿠바에 수교 의사를 타진했다. 윤병세·강경화 외교장관이 각각 2016년, 2019년 다자회의 참석차 쿠바를 방문해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코로나19 전인 2019년 쿠바를 찾은 한국인이 1만4000여명에 달했다. 쿠바에는 한반도를 뿌리로 생각하는 한인들이 1100명가량 살고 있다. 많은 쿠바 젊은이들이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좋아하며, 유학·취업 차 한국에 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미국 제재하에서 개혁·개방을 시도하는 쿠바로서는 한국이 필요한 협력 대상이다. 한국도 외교적 지지, 투자 기회 등 측면에서 쿠바로부터 얻을 것이 있다.

걸림돌은 북한과 쿠바의 관계였다.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시절부터 양국은 ‘형제국’으로 부르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쿠바는 북한의 중남미 외교 거점 국가이다. 이 때문에 쿠바는 한국과의 수교 교섭 과정조차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는 이번 발표가 외교적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일을 너무 냉전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에 쿠바 공산당으로선 더 이상 ‘하나의 조선만 있을 뿐’이라는 식의 의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도 통일을 포기하기로 한 자신들의 선택 후에 치러야 할 비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한·쿠바 간 대사관 개설 등 향후 절차를 국익과 실리의 원칙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길 바란다. 방문 절차의 간소화로 양국 시민들의 인적 교류를 늘려가는 데서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016년 6월5일 쿠바 아바나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과 양국 첫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2015년 미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재수립한 뒤 한국도 쿠바와 수교 의사를 본격 타진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016년 6월5일 쿠바 아바나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과 양국 첫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2015년 미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재수립한 뒤 한국도 쿠바와 수교 의사를 본격 타진했다. 연합뉴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