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 낭비’ 용인경전철 배상 판결, 허술한 예타 되짚어야

2013년 5월 용인경전철 내부 좌석이 거의 비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3년 5월 용인경전철 내부 좌석이 거의 비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금 낭비’로 지적받은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이정문 전 용인시장 등 책임자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14일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낸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사업을 추진했던 용인시장과 잘못된 수요 예측을 한 한국교통연구원의 과실을 인정해 용인시가 이들에게 214억원을 청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확한 판단 없이 정부 재정을 함부로 쏟아부은 사업에 지자체와 용역기관의 배상 책임을 적극 인정한 의미가 큰 판결이다.

용인경전철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사업이다. 애초 교통연구원이 예측한 교통 수요는 하루 13만9000명이었으나 2013년 4월 개통 이후 1일 평균 이용객은 9000명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뻥튀기 수요 예측을 근거로 시행사와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해주기로 계약을 맺은 데 있다. 결국 천문학적인 손해는 용인시가 고스란히 물어주게 된 것이다.

시민들이 2013년 주민소송을 냈지만, 1·2심은 주민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대법원이 이 판단을 뒤집으면서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렸다. 이번 판결로 단체장이나 공무원 등이 사업을 잘못 추진해 불필요한 재정을 지출했을 경우 개인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례가 주민소송에서 처음 세워졌다. 향후 다른 ‘세금 낭비’ 사업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민들이 주체가 돼 이런 성과를 끌어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법원은 무책임한 수요 예측에도 제동을 걸었다. 경전철 외 철도·공항 같은 사업 추진 시 관련 연구원이 지자체 입맛에 맞춰 수요를 과잉 예측한다는 논란이 많았다. 이번 판결처럼 엉터리 예측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게 명확해진 만큼, 민간투자사업에 나서는 지자체·용역기관 등의 경각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도 마찬가지다. ‘나라살림’이 안중에 없기는 여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달빛고속철도 등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도 면제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선심성 정책에도 툭하면 예타 면제가 등장한다. 허술한 예타를 뚫은 사업이 늘어나면 예산 낭비로 이어질 공산이 커서, 훗날 미래 세대에 큰 짐을 지우게 된다. 이번 판결이 터무니없는 세금 낭비 사업과 전시행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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