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 충돌 현실화, 비상의료계획 세우고 대화 출구 열라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교육수련실 앞에서 19일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교육수련실 앞에서 19일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확산되면서 의료 현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19일 각 병원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단체행동 방침을 내놓진 않았지만, 조만간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반 의사들까지 파업에 가세한다면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정부가 조속히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간극을 줄일 접점을 찾아야 한다.

서울 ‘빅5’ 대형병원 중 한 곳인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 상당수가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빅5’ 병원에 이어 전국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이날 대거 사직서를 냈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 진료 공백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정부는 세밀한 비상의료계획을 세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PA(의사 보조)’ 간호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의사들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시행하지 못한 방안들을 임시방편으로 꺼낸 것인데 신중치 못한 처사다. 즉각 간호사 단체가 “협의된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는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이 폐기된 사정과도 맞물려 있다. 간호사 처우 개선을 담은 법안이 폐기되자 단체는 관행처럼 해오던 업무를 거부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들 정책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여론만 등에 업고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능사가 아닌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는 직역별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충분히 조율하지 않고 방관해온 정부 책임도 크다. 그렇다고 필수 의료 붕괴로 고통받는 국민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의사들을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가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산적한 의료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정부도 오랫동안 동결된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늘리는 일인 만큼 더 정교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늘어난 정원이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보상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특정 분야 쏠림 현상은 정부가 그간 이런 정책 마련을 소홀히 해온 탓도 크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단체행동의 파괴력이 여느 집단과는 다르다. 정부와 의료계가 모두 한발씩 물러서서, 절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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