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린벨트 1급지 해제, 총선 급하다고 막 던질 정책인가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농지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에서 13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비수도권은 개발 자체가 금지된 환경평가 1·2등급지도 건물 건립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 토지 규제 지역은 5년마다 검토해 철폐하고, 토지이용규제 자체를 새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토지는 사유재인 동시에 공공재다. 공산품처럼 필요 때문에 새로 만들거나 늘릴 수 없는 한정된 자원이다. 한번 훼손되면 복구도 매우 어렵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그린벨트는 지켜야 한다. 특히 보존가치가 높은 1·2등급은 수도권·비수도권을 막론하고 미래세대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식량안보 등을 고려할 때 농지 규제 완화도 섣부르다. 정부는 이날 3㏊ 이하 ‘자투리’ 농지도 지역 주민이나 산업단지를 위한 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1㏊는 3000평으로 축구장 1개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3㏊ 이하 농지를 자투리로 분류하면 대규모 평야 지역을 제외한 전국 상당수 논밭에 건물이나 공장을 지을 수 있다.

낙후된 지방 육성과 국토 균형 발전은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이렇게 빗장을 다 풀고 막 던지는 방식은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공장·건물 부지가 부족해 지방 경제가 어려운 것인가. 국가적으로 인력·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서울 중심의 수도권 일극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과 경기는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할 때가 됐다”며 “김포·구리 등 서울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린벨트까지 풀어서라도 지방을 살리겠다는데 여당은 서울부터 더 키우겠다는 모순된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총선용 급조 정책 시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 등 환경을 파괴할 대형 토건 공약들이 ‘민생 토론’ 형식으로 발표되고 있다. 권력자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비판과 반대 의견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정책은 민주적 정당성·합리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총선이 급해도 국토 개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라면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은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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