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군사보호구역 해제, 대통령은 선거중립 팽개쳤나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남 서산비행장에서 ‘미래산업으로 민생활력 넘치는 충남’을 주제로 열린 열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남 서산비행장에서 ‘미래산업으로 민생활력 넘치는 충남’을 주제로 열린 열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남 서산비행장에서 연 1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군 비행장 주변과 접경 지역 등에 설정된 전국 군사시설보호구역 339㎢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또 충남을 ‘환황해권 경제 중심’으로 삼겠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첨단 산업기지가 되도록 정부가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14번의 민생토론회에서 나흘에 한 번꼴로 감세·규제완화·지역개발 정책을 쏟아내자 관권선거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선심성 정책을 또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 해제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연간 최대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117배에 달한다. 해제된 지역에서는 군과 협의 없이 건축물을 짓거나 증축·용도변경을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70년대로 그때와 지금은 많은 환경이 바뀌었다”고 했다. 물론 50여년 전 도입된 군사시설보호구역은 변화된 환경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과거 정부도 2008년 이후 거의 매년 해제 조치를 실시했고, 문재인 정부도 2018년 338.4㎢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다. 당장 ‘역대 최대 규모’를 강조하는 정부의 모습에서 총선 호재로 삼으려는 속내가 읽힌다.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2428㎢ 해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이은 또 하나의 총선용 국토 개발 정책인 셈이다. 전국적·전방위적으로 개발 욕망을 자극해 총선을 치르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의도가 이리 뻔히 보이니 군사작전에 미칠 영향 평가는 제대로 거친 것인지, 난개발·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은 면밀히 고려한 조치인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선거용 행보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 윤 대통령처럼 수도권과 부산·대전·울산·창원·충남 등을 유세하듯 도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면서 쏟아낸 건 세금 줄이고 지역개발·부동산 규제를 푸는 선심성 정책이 대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각종 정책을 실행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 텐데 부자감세를 하면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한다는 건지, 세금을 줄이면서 어떻게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일단 표 되는 건 막 던지고 보자는 것인가. 국정을 위한 총선이 아니라 총선을 위한 국정이 아닌가.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노골적이고 오불관언하는 ‘선거 개입’ 행보를 멈추기 바란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