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두 법안이 가결되려면 본회의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했으나, 여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대표를 던져 법안을 부결시켰다. 전체 재석 281명 중 김 여사 특검법은 찬성 171표, 반대 109표, 무효 1표로, 50억 클럽 특검법은 찬성 177표, 반대 104표로 부결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틈만 나면 ‘공정’과 ‘반부패’를 내세워 야당을 공격해왔다. 그래놓고 그가 이끄는 당은 다수 시민의 쌍특검법 찬성 여론을 무시한 채 끝내 ‘김건희 방탄’을 택한 것이다. 선택적 공정이요, 내로남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쌍특검법을 좌초시키기 위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쌍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여당은 ‘희대의 총선용 악법’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는 이 거부권 행사를 옹호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리고 국회에서 재의 투표가 이뤄진 이날 여당은 당론으로 부결시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요한 표결”이라며 “조금 견해가 다르다 하더라도 오늘은 함께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현역 의원 생존율이나 경선 비율이 높은 걸 두고 쌍특검법 이탈표 방지 목적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쌍특검론이 대두된 것은 검찰의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아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이 회사 권오수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주가조작에 활용한 김 여사 계좌를 최소 3개 인정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 1심 재판부에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90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의견서를 냈다. 그런데도 검찰은 권 전 회장을 기소한 지 2년2개월, 1심 법원이 권 전 회장 유죄를 선고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김 여사를 조사하지도, 처분하지도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을 틀어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눈치 보기가 오죽 심했으면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설까지 불거졌겠나. 쌍특검법 부결은 이런 검찰에 계속 수사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실 수사가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특검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 뒤 쌍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김 여사 건이 최소한의 수사 공정성을 재는 바로미터가 됐음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