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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정오표 공개 거부 ‘군색한 변명’

김지환 경제부 기자

외교통상부가 지난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의 한글본 번역오류 정오표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정오표 공개는 “국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가 1심 재판에서 제시한 핵심논리 중 하나를 그대로 옮겨보자.

“(한글본 번역오류 정오표가 공개될 경우) 한국과 미국 내에 한·미 FTA를 저지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진 반대론자들에게 불필요한 핑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양국 내 비준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많다.”

[기자메모]FTA 정오표 공개 거부 ‘군색한 변명’

한·미 FTA를 빨리 비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명백한데 정오표가 공개되면 ‘이념적인 한·미 FTA 반대세력’이 이를 지연 전술로 악용해 국익 실현이 늦춰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오표 공개에 이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되레 외교부다. 우선 현재 상태의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집단이라고 치부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 또 외교부의 논리대로 공개된 정오표가 지연 전술로 사용된다고 해도 이것이 국민의 알 권리마저 제한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번역오류로 인한 ‘부담’을 자초한 것은 바로 외교부 자신이다.

재판부도 인정했듯이 정오표를 공개한다고 해서 협상 전략이 노출되는 것은 아니고, 미국의 정보를 유출해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다. 국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는 없는 것이다. 외교부는 또 한·유럽연합(EU) FTA 번역오류 정오표는 이미 공개한 전례도 있다. 지금은 양국의 의회 비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한·미 FTA가 발효되기 이전까지 부담스러운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외교부가 소모적인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여기는 정오표 공개가 “번역오류가 투명하게 공표됨으로써 한·미 FTA 협상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여론 형성의 여건”(재판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경청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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