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 수능 전체로 확대해야

이창원 |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12월25일, 교육부는 수능영어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EBS 수능연계 교재의 영어단어 수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발표도 했다. 현재의 상대평가제도는 정확한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절대평가 도입을 통해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을 절감하자는 취지이다.

[시론]영어 절대평가, 수능 전체로 확대해야

물론 여러가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에만 매몰된 상황에서 절대평가제 도입으로 변별력이 사라진 영어를 대신해 언어영역이나 수리영역의 학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입시에서 변별력이 없는 수능영어 점수보다 영어논술 등 대학들이 자체적인 영어평가제도를 운영할 경우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실질적인 역량 제고라는 교육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수학능력시험은 근본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이 되어야 마땅하다. 수학능력시험의 본래 취지는 대학교육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므로 변별력은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측면의 문제이지 수학능력시험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평가 방식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은 1등급을 받은 학생도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평가 결과가 절대적인 역량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우리도 교육과 평가의 본질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언어, 외국어, 수리 등의 영역에서 상대적 점수와 등급만을 제공하는 데 그쳤던 지금까지의 수학능력시험은 학생들의 역량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수학능력시험도 ‘문제되지 않는’ 선발기준을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교육의 본질이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과 능력을 개발하고 발굴하는 데 있듯이, 수학능력시험의 본질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절대평가 방식을 영어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 수능평가 영역으로 확대·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수능영어 절대평가 방식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첫째,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등 영어능력 중심의 타당성과 신뢰성 있는 등급과 평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절대평가가 영어교육을 소홀하게 만들고 타 영역의 사교육을 확대시킨다는 우려는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쉬운 문제만 출제될 것이라는 잘못된 등식에 근거한다. 적절한 등급 기준이 마련되고 등급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과 노력이 수반되도록 유도한다면 고등학교 교육에서 영어교육이 약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대학 입장에서도 타당성과 신뢰성 있는 다양한 평가기준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다차원적인 학생선발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영어능력별로 등급 및 평가기준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행 교육과정은 그대로 유지하고 평가체계만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말하기·듣기·읽기·쓰기 중심의 영어교육과정 개편은 영어 공교육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절대평가제도 도입 및 영어교육과정 개편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교육 지원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원어민 교사 부족으로 인해 실용적인 어학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과정 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원어민 교사 채용, 영어 실습장비 및 교재 확보 등을 지원하여 영어절대평가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입시제도와 문화를 한순간에 뒤바꾸긴 어렵다. 하지만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생각해 보자. 대학입시 자체보다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역량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절대평가 제도의 도입은 수능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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