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유명 배우 이선균씨(48)가 지난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두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해온 이씨는 집에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톱스타급 연예인이 범죄 연루 의혹에 시달리다 사망한 이 사건을 두고 경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풍설과 사생활까지 선정적으로 확대·재생산하고 퍼뜨린 일부 언론·유튜버 행태도 비극을 초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경찰은 이씨를 3차례나 공개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웠다. 사망 나흘 전인 23일 마지막 조사 때 이씨는 비공개 소환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의자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공개수사를 강행하며 망신주기식 조사를 거듭한 것이다. 경찰은 또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내사 단계부터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이씨의 마약 검사 결과가 잇따라 음성으로 나오는데도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얘기만 앞세워 지지부진한 수사를 두 달 넘게 끌었다. 제대로 된 수사가 아니다.
미확인 정보를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부풀리거나 짜깁기해 확산시킨 유튜브나 언론 행태도 도를 넘었다. 지난 두 달간 이씨와 사건 관계자들의 실명·얼굴을 여과 없이 노출한 영상을 다량 유포한 극우 유튜브 채널은 이씨 사망 전날에도 그의 사적인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억측만 키워 클릭 수를 모으려는 것이라 죽음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저열한 행태다. 경향신문 분석 결과 이씨 사망 전날까지 69일간 네이버에 ‘이선균’ ‘마약’이 들어간 기사 수는 1만418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50건이다. 이 중 사건 본질에 접근한 보도는 얼마나 될까.
사생활이 폭로되고 악성 댓글에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연예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예인 의혹이 나오면 경찰·언론·유튜브의 피의사실 공표·받아쓰기·증폭 보도 악순환이 이어지는 탓이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이 무시되고 대중 앞에 까발려지는 일은 더 없어야 한다. 경찰은 이런 무리한 수사에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 클릭 수를 노리고 고의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유포한 언론매체와 유튜버는 자성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