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든 아이들에게 ‘나와서’ 도움 요청하라고요?”

류인하 기자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주상희 대표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의 문제는 청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방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는 결국 기초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향후 국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의 문제는 청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방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는 결국 기초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향후 국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서울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
“청년공간서 지원 신청하게 돼 있고
‘무직자’에 주력하며 초안과 달라져
은둔형 외톨이 발굴·구제에 한계”

지난해 12월22일 ‘서울특별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는 올해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정작 시의원을 찾아다니며 조례 발의를 처음 건의했던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59)는 “차라리 조례가 통과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조례는 ‘사회적 고립청년’을 ‘사회적·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사회참여에 어려움이 있거나 1년 이상 장기 미취업 등으로 집 등의 한정된 공간에 고립되어 있는 청년’으로 규정한다. 은둔형 외톨이도 포함되지만 엄밀히 말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증가한 ‘니트족(NEET·일을 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에 좀 더 주력하기 위한 조례에 가깝다. 2020년 10월 여명 시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관한 조례안’과는 사실상 다른 조례인 셈이다.

최근 서울 증산역 인근에서 만난 주 대표는 “처음 발의됐던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가 한 차례 무산되고, 지난해 여명·강동길 의원의 공동발의로 바뀌면서 조례명까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아들을 둔 엄마이자, 국내 최대 규모 은둔형 외톨이 지원 민간단체였던 K2인터내셔널 한국지사를 언론에 처음 알린 당사자다. K2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말 국내사업을 모두 철수했다. 그는 2년 전 은둔형 외톨이 부모 20~30명과 함께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를 만들어 관련 제도화 작업 및 부모교육 등을 하고 있다. 협회 회원은 300명이 넘는다.

주 대표는 “이번에 만들어진 조례는 집 안에 숨어들어서 사회로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를 발굴하고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원 대상을 ‘사회적 고립청년’으로 확대한 것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만으로는 사업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한 결과라는 얘기다.

“조례를 보면 대상을 만 19~39세로 정하고 있어요. 지원 방안으로는 청년공간 확충 등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은둔형 외톨이는 오랜 기간 스스로를 가둬놓은 사람들이에요. 자신의 방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거부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복지관으로 와라’ ‘별도로 마련된 청년공간에 와서 지원 신청을 하라’는 것 자체가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주 대표는 인터뷰 직전 초등학교 5학년 부모로부터 도움 요청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전화였다.

“우리보다 30년 앞서 은둔형 외톨이 관련 논의와 법 제정을 한 일본은 지원 대상을 전 연령대로 개정했습니다.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부모들의 자녀 나이는 초등학생에서부터 40대까지 다양합니다. 단순히 청년들에게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청소년 집단 내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학교밖 청소년 숫자로 그 규모를 추측했다면 지금 청소년들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학교를 관둘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채 집으로 숨어들고 있어요.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도 2~3년 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겁니다.”

그는 “조례 제정은 고무할 만한 일이지만 별도 조사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은둔형 외톨이는 지원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대표의 올해 목표는 하나다. “은둔형 외톨이만을 위한 조례는 아니더라도 유사한 조례가 만들어진 만큼 서울시가 이 조례라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감시할 계획입니다. 또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다양한 민간 지원사업도 두루 살피며 도와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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