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건네며 구의원들에 ‘대상’ 지정… ‘조직적 살포’ 정황

조미덥 기자

돈 전달은 비밀사무소서… 당협위원장들 북적거려

검찰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캠프에서 일한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안병용씨가 돈봉투와 함께 구의원들에게 건넸다는 문서를 확보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문서가 실제 돈을 뿌리는 데 쓰인 문서로 확인될 경우 박 의장의 돈 살포를 입증할 결정적인 물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의 한 전 구의원은 안씨가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이 문서를 주며 돈을 건넬 대상을 지정해줬다고 말했다. 안씨는 현금 2000만원을 건네며 서울의 30개 당협위원회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구의원은 또 돈을 전달한 사무실은 정식 선거사무소 아래층에 위치한 비밀사무소라는 점도 검찰에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지방의 당협위원장들도 이 사무소에 많이 찾아가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런 진술이 사실이라면 박 의장 캠프가 뿌린 돈은 서울에 뿌린 2000만원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 캠프가 조직적으로 거액을 뿌렸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정황이다.

문서는 당시 캠프 회의에 참석 여부를 보여주는 문서로 누가 박 의장 측을 지지하는지 참고가 되고 있다.

이 문서는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발판이 되고 있다. 우선 당시 박 의장 캠프에서 재정을 맡았던 국회의장 정책비서관 조정만씨가 위아래층 사무실을 오가며 돈봉투를 뿌리는 일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조씨를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고승덕 의원실에 돈봉투를 전달하고, 돌려받은 의혹을 받은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고씨가 17대 국회 때 박 의장의 의원실에서 조씨와 함께 일했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안씨에게 봉투를 받았던 구의원은 그 봉투가 고승덕 의원이 받았다고 밝힌 돈봉투와 같은 노란색이었다고 전했다. 고 의원에게 전해진 돈봉투와 원외 당협위원회에 전해진 돈봉투가 만나는 지점이 ‘조씨’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검찰은 조만간 조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씨는 고씨와 안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11일부터 국회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고승덕 의원이 돌려보낸 300만원을 받은 고씨는 “돌려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 측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이모씨 등 2명은 “여야가 공정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최근 논란이 된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3일 이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수부와 금융조세조사부에서 파견된 검사들은 당시 뿌려진 돈의 출처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불법적으로 조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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