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창피해 죽겠다”… 한나라 폭풍전야

이용욱 기자

“강남도 분위기 싸늘” 박희태에 불만 커져

한나라당이 폭풍전야로 빠져들고 있다. 2008년 전당대회 때 ‘박희태 캠프’에서 전국적으로 돈을 살포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들이 12일 검찰 조사에서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간 고승덕 의원(55) 증언으로만 제기됐던 ‘돈봉투 의혹’을 입증해줄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이 받은 충격파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캠프 내부문건에는 조직적으로 돈을 살포한 정황들이 수두룩했다. 서울과 부산 지역 38곳의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이름·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문건이 나왔다. 안병용 당협위원장도 이 문건을 근거로 원외 위원장들에게 돈을 돌렸다. 안 위원장에게 돈을 받은 서울의 구의원들은 여의도 박희태 캠프 바로 아래층에 있는 별도 사무실에서 돈을 받았고, 전국에서도 사람들이 올라왔다고 진술했다.

명단에 이름이 오른 한 의원은 통화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또 캠프는 지지의사가 불확실한 의원에 대한 ‘관리책임자’를 뒀는데, 고 의원도 관리책임자가 있었다. 캠프에서 단계적으로 의원들과 당협을 공략한 증거이고, 그 와중에 돈 살포가 더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이 공개되자 의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관련 증거가 계속 나오는데도 박희태 국회의장이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혐의를 부인하며 진실공방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럴수록 당은 헤어날 수 없는 나락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흘렀다. 한 초선 의원은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구의원들이 무슨 책임이 있느냐. 창피해 죽겠다”고 했다. 구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뿐 아니라 현역 의원들의 줄소환도 이어질 수 있고 향후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싸늘해지고 있는 민심도 토로했다. 정양석 의원(54)은 트위터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무료신문은 가져가도 의정보고서는 외면한다”면서 “아파트 우편함 60개에 배달된 보고서 중 15개가 반송함에 버려져 있다. 내 지역만의 일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명함을 건네기는커녕 인사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강남 분위기도 냉랭해졌다고 한다.

해외순방 중인 박 의장을 향한 원망과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한 의원은 “책임질 수 있는 분들이 깔끔하게 책임져줘야 한다. 몰랐다고 할 일이 아니라 사과할 것은 하고 그 다음 단계(거취)도 언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이 예정일인 18일보다 일찍 귀국해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박 의장 측은 “외교 일정을 갑자기 취소할 수 없다”며 조기 귀국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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