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패율·물갈이·개방경선… 정치 개혁인가 꼼수인가

구혜영 기자

여야가 추진하는 석패율제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 지키기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영호남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당세가 약한 곳에서 나눠 먹기로 악용할 여지가 열려 있다. 다양한 직능대표와 전문가 정치 입문 창구였던 비례대표제가 위축되고 소수정당의 진입 장벽만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정치개혁을 내걸고 추진되는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도(오픈프라이머리)와 물갈이 경쟁도 폐해와 한계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한나라당·민주통합당 간사는 17일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제도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중 2명 이상을 시·도별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에 넣고, 득표율 10%를 넘기고도 낙선한 후보 중에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것이다.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석패율제는 민주주의를 훼손할 독소와 허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현재와 같은 순수 비례대표 의원 수는 줄어들게 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호남과 영남에서 각각 2, 3석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도로는 지역주의 타파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역주의가 퇴색되고 있다. 지역주의가 정치개혁의 최대 쟁점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석패율제는 정당 구조상 유능한 신진 정치인보다 퇴출 위기에 몰린 중진의원들의 안전한 당선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권이 지역을 볼모로 한 중앙정치나 불합리한 인사충원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서 외형만 지역주의를 완화하려는 행위는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을 향해 “야권연대를 짓밟는 행위”라고 밝혀 쟁점화할 뜻을 밝혔다. 자유선진당도 “양당 간 나눠 먹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지도와 조직력이 강한 후보에게 유리한 개방형 국민참여경선도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정치 신인의 등용을 막는 장치로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도 여야 모두 양적 경쟁을 넘어 정당의 정체성과 계층·직능 대표성을 높이는 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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