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하는 진보당 권영길 의원이 본 총선

박홍두 기자

“정파 패권주의에 젖어 과욕… 노동 없는 진보정치 돼버려”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71·사진)이 4·11 총선을 “노동자를 배신하면서 노동 없는 진보정치가 돼버린 선거”라고 평가했다. 진보정치의 원로로 총선에 불출마한 그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던 영남권이 완패한 것에 착잡해했다. 권 의원은 18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13석을 얻은 것에 낙관할 게 아니다. 당내 정파 패권주의에 젖어 과욕을 부린 결과인데 심각함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영남권의 완패 이유를 “단일후보만 내면 승리할 거라는 공학적 판단만 해 영남권 노동자층 지지를 잃어버렸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퇴진하는 진보당 권영길 의원이 본 총선

▲ “정책 등 내실 부족한데
단일후보 승리만 확신
영남 노동자 지지층 잃어”

- 이번 총선에서 당초 야권 승리가 점쳐졌으나, 패배했다.

“민주통합당의 오만과 교만, 자만과 무능, 통합진보당의 정파 패권주의와 과욕이 패배를 불러왔다. 민주당은 그냥 나가도 제1당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통합진보당과 함께 과반 의석을 넘기는 사상 최대의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자만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공천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점수가 깎였고, 공천이 끝났을 때는 야당이 이길 수 있겠느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가 됐다. 통합진보당도 노동 없는 정치가 굳어져 패배했다.”

- 통합진보당이 영남에서 한 석도 못 얻은 이유는 무엇인가.

“정당에 여러 정파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라질 집권당이 각 정파의 견해를 수용하면서 사회를 바로잡듯 했어야 하는데, 통합진보당은 특정 정파가 패권주의에 젖어 있는 게 문제다. 과도한 욕심은 비판을 듣게 된다. 노동자 중심의 당인데, 노동이 없는 틀이 굳어져 버린 것이 정말 안타깝다.”

- 울산이나 창원에서 당 지지율도 하락했다.

“두 지역 모두 진보정치 1번지라고 할 정도로 지지세가 강했다. 하지만 후보 선정이 잘못됐다. 창원 성산 지역구에서는 도의원을 사퇴하고 나온 손석형 후보가 진보신당과 단일화를 하지 못해 졌다. 항상 ‘선 진보통합, 후 야권연대’를 얘기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못했다. 후보가 두 명 나오니까 노동자는 물론이고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일반 시민도 ‘진보 단일화’를 못한 우리를 탓했다. 중앙당이 과감히 후보를 정리하는 역할을 했어야 한다. 진보정치 1번지인 곳의 시민과 노동자의 자존심을 우리가 짓밟은 것이다.”

-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는 어떻게 평가하나.

“모두 선거공학적으로만 봤다.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야권연대를 통해 13석을 얻었지만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실제로 야권 단일후보라고 내걸기만 하면 되는 걸로 생각했는데, 단일화 과정에서 더 중요한 정책·가치 연합이 이뤄지지 못했다. 야권연대는 800만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하는 것인데 그 부분을 간과해 감동을 주지 못했다.”

- 올해 대선도 있다. 진보정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우선 개인적으로는 당의 활동에 관여할 생각은 없다. 다만 당이 실제적으로 ‘노동 중심적인 정당이 맞느냐’는 평가를 스스로 냉정히 자문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 당선자들만의 평가로는 안된다. 당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평가가 일어나야 한다.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통합진보당 안에서 전열을 어떻게 정비하느냐,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 문제 등은 진보진영 전체에서 보면 한 가닥에 불과하다. 진보신당도 해체됐으니 다시 한번 진보의 재구성, 진보통합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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