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노맹 동지' 은수미·백태웅 “사노맹 마녀사냥, 우리를 내버려두십시오”

박용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연루됐던 이른바 ‘사노맹 사건’과 관련해 야당의 공세가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당시 사노맹 중앙위원장이었던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가 처음으로 소회를 밝혔다. 사노맹 사건이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지 못할 이유는 안된다는 취지다. 함께 고초를 겪었던 은수미 성남시장도 “사노맹 마녀사냥을 그만하라”는 글을 올렸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30년 전 공안사건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노맹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백 교수는 14일 처음으로 이번 논란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하와이에 체류 중이라고 밝힌 백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에 “서울의 뜨거운 열기가 계속 후끈하게 전해져 오는 것 같다”면서 “조국 교수 관련해 과거의 색깔론이 다시 나오는 것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교수는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추구한 노력을 아직도 낡은 공안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참 안타깝습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더 얘기하는 것 보다는 좀 시간을 두고 지켜 보는 쪽이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은수미 성남시장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국은 안된다는 야당 정치인에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왜 당신은 그때 독재와 인권유린, 다시 떠올리기 힘든 죽음과같은 고통에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왜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먼저 은 시장은 당시 사건과 관련해 “사노맹과 연관된 모든 사람은 담담히 그 대가를 치뤘다. 사람을 짓밟는 군화발에 저항했고, 가혹한 고문을 일삼던 어두운 방의 고통을 견뎠으며, 목숨까지 요구했던 그 시대를 버텼다”며 “가끔 터져나올 것같은 비명을 참으며 지금까지 살았고, 때가 되면 터지는 빨갱이 사냥의 무례함에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는 되묻고 싶다. 그러면 당신은 왜 그때 저항하지 않았나, 독재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나”라고 반문했다.

은 시장은 조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사노맹 마녀사냥”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왜 아무일도 하지 않았거나 독재에 동조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온갖 대가를 다 치른 사람들이 이 무례함을 견뎌야 하냐”며 “그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당신(야당)이 어떤 권리로 나를 매도합니까”라고 말했다.

은 시장은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직 어렸던 20대 때 고문으로 망신창이가 된 몸을 꽁꽁 묶은 밧줄에 잡혀 재판받았다”며 “수술 후 깨어 난 중환자실에서도 발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교도소 제 방에는 창문조차 없었다. 민들레꽃씨가 날아와야 봄인줄 알았다”고 했다.

은 시장은 “그래도 그 세월을 버틴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라며 “분명한 건 사람은 고통받아서는, 고문받아서는 안된다. 사람은 혐오와 갑질에 시달려서는 안되며, 우리는 약자를 보호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노맹을 내버려 두십시오. 박노해 백태웅 은수미 조국만이 사노맹이 아니다. 사람의 고통에 공감했던 수많은 젊은 영혼이 사노맹이었다. 이들에게 더이상 무례하게 굴지 마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이어 “저항을 한 조국은 안되고, 가만히 있거나 동조한 당신은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시민을, 우리의 역사를, 미래에 대한 열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당신 자신부터 되돌아 보시라”고 말했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은 공안당국에 의해 1990년에 발표된 좌파 혁명조직 사건이다. 조 후보자를 비롯해 은수미 성남시장,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박노해 시인 등이 사노맹 출신으로 연루돼 사법처리를 받았다. 하지만 훗날 정보기관에 의한 고문·조작 사실이 폭로된 대표적인 공안사건이기도 하다. 관련자 전원이 사면·복권돼 상당수가 현재 학계, 정치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왼쪽)과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 /경향신문 자료사진

은수미 성남시장(왼쪽)과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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