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42일 앞둔 박근혜 옥중 메시지, 왜?

임지선·허남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을 앞두고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문재인 대 반 문재인’ 전선이 확연해졌다. 박 전 대통령이 4일 옥중에서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3일 친박(박근혜)계 일부가 미래통합당과 별개로 자유공화당, 한국경제당 등으로 분열하자 모두 하나로 뭉쳐 ‘반 문재인 전선’을 형성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야권에서는 총선 전 최대 분열 요인이었던 ‘박근혜 변수’가 없어지면서 보수가 결집하고 ‘반 문재인 전선’이 형성될 진짜 주춧돌이 놓여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범 여권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당한 전 대통령이 반성은커녕 “정치공작성 발언”을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탄핵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처음으로 나온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총선을 42일 앞둔 날 나왔다. 특히 바로 전날인 지난 3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이 태극기 세력인 자유공화당 합류를 선언하고, 친박계 정종섭 의원 등은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국경제당을 창당한다고 발표했다. 보수의 분열 조짐이 보이는 시점에 메시지를 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에 대해 오랫동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합당 등 보수 대통합을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거론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읽은 유영하 변호사는 “상당히 오랜 기간 통해 다듬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현 정권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무능하고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이라고 표현했으며 현재 국정 운영을 “나라가 전례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외교적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북한의 핵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라고 진단했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에 확연하게 각을 세운 것이다.

야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크게 환영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세력’의 손을 들어주면 보수가 분열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으나 ‘통합과 반 문재인’ 메시지를 냄으로써 전선이 분명하게 구축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 직후 자유공화당 김문수·조원진 공동대표는 “미래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밝혔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연대든 통합이든 절차를 밟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서로 힘을 합칠 때”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보수측의 환영하는 분위기와 달리 박근혜 메시지’는 그러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헌정 사상 초유로 벌어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단 한 줄의 반성도 없이 보수 야권의 지도자를 자처하며 정치적 부활을 노렸다는 점에서다. 결국 ‘보수 대통합’이 중도로 외연 확장이 아닌 ‘박근혜 색깔’이 더해지면서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보수세력이 과거로 돌아갔음 보여주는 장면인 셈이다. 이때문에 통합당 내부에서도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유승민 의원계인 새로운보수당 출신 인사들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새보수당 출신 인사들은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날 범 여권에서는 ‘미래통합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당인가’라는 비판 목소리가 컸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 당했다”면서 “억울한 정치인인냥 옥중 선동정치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탄핵 결정을 부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미래통합당이 탄핵 이전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듯하다”며 “탄핵 이전으로 정치시계를 돌리겠다는 퇴행적 행태에 기가 찰 따름”이라고 말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자신의 추종세력을 규합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도로 기획된 정치공작성 발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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