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개무시하나" "무단결석"...윤석열·최재형 성토장된 국민의힘 대선주자 회의

유정인·심진용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왼쪽)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후보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대선 주자인 김태호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왼쪽)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후보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대선 주자인 김태호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다 태우GO(고) 정권교체’. 5일 국회 본관 228호 벽면엔 정류장에 선 국민의힘 ‘경선버스’ 그림과 함께 이런 문구가 붙었다. 버스 몸체엔 ‘Team(팀) 국민의힘이 갑니다’라고 적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승객을 얼추 다 태우고 ‘원팀’으로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대선주자들이 벽 앞에 모인 첫날부터 이런 구호는 무색해졌다. 덩치 큰 승객 자리는 군데군데 비었다. 윤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참석한 주자들에게선 “당을 개무시하냐” “개인 플레이하나” 등 거친 발언이 나왔다. ‘팀 국민의힘’의 부재만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준석 대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김태호·안상수·유승민·윤희숙·원희룡·장기표·장성민·하태경·황교안(가나다순) 후보 등 9명이 참석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홍준표·박진 의원 등이 불참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휴가, 최 전 원장은 민심투어 일정으로 지역에 방문해 불참한다고 했다.

전날 당의 대선주자 봉사활동 행사에 이어 이틀째 당 공식 행사가 ‘반쪽짜리’가 되면서, 당 경선준비위원회와 대선 주자들 모두 불쾌함을 드러냈다.

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전날 봉사활동에) 몇 분의 후보께서 특별한 이유 없이 빠진 느낌이 있어 상당히 안타깝다”면서 “언론에 ‘지도부 패싱’, ‘엇박자’ 등 표현이 나오는데 과연 이런 모습이 후보자와 당에게 득이 될 건지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행사에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홍준표·유승민 의원 등이 불참한 것을 두고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이어진 회의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성토장에 가까웠다. 대선을 앞두고 막 입당한 뒤, 이틀 연속 당 행사에 빠진 두 거물급 정치신인에게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공개발언한 7명의 후보 중 5명이 불참한 후보들을 비판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 일부 대선후보가 불참하면서, 회의장 군데군데 공석이 눈에 띈다. 국회사진기자단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 일부 대선후보가 불참하면서, 회의장 군데군데 공석이 눈에 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지난달 30일 전격입당한 것 등을 들어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하고 대표를 무시한다. 입당한다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없는데 오냐”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오늘도 무단결석이 많다. 선당후사해야 한다”면서 “새로 입당한 두 분, 복당을 간곡히 요청하던 분까지 당의 공식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밖으로 도는데 개인 플레이를 할 거면 입당은 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향해 “당에 왜 들어왔는지, 간판이 필요해서 들어왔는지, ‘원팀’이 돼서 해야 할 일에는 어떤 성의나 진지함도 안 보인다”고 했다.

당내 주자들이 제기한 거센 비판의 밑바닥에는 경선을 앞두고 이미 시작된 당내 주도권 다툼이 깔려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당 안팎의 ‘지원군 모으기’에 나서고,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두 주자에게 세력이 모이자 당내 경쟁자들이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패거리 정치하는) 파리떼들이 우리 당을 망칠 수도 있다”(안 전 시장), “아직도 정치 줄 세우기, 세 과시, 아부하기 등 국민 눈살 찌푸리는 일이 있다”(김태호 의원) 등 발언에서도 경선을 앞두고 높아진 긴장감이 나타났다.

윤희숙 의원은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 행보를 보면 정책 비전에 준비가 안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정치인에게 줄을 서라고 하고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건 구태”라면서 현역 의원이 당내 주자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는 길을 연 이 대표의 결정을 재고할 것을 주장했다. 원 지사도 두 주자를 콕 찍어 “한 분은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하고, 한 분은 (후쿠시마 방사능·페미니즘 관련해) 민심에 의구심과 함께 비호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발언을 한다”면서 “이 분들이 생각하는 정치와 대통령은 매우 잘못된 구태정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불참 후보 중에도 한 분은 경준위원장과 저에게 여러 경로로 사전에 잡은 일정 때문에 미안하다고 알려왔고 그런 분은 기존 일정 취소하면서까지 참석을 권하고 싶진 않다”면서 “앞으로 체계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2주 단위로 일정을 만드는데 봉사활동은 취소할 수 없는 선약이 있어서, 회의 일정은 늦게 알게 돼서 못 간 것”이라며 “당에 각을 세운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안타깝다. 이틀 전에 일정을 주고 오라고 하면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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