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유튜브 시대 영향력 ‘뚝’…그럼에도 공들이는 ‘조직표’

곽희양 기자

민주당 경선과 조직표

국민 투표로 후보 선출하고
유권자 의식 수준 높아지며
2000년대 이후 영향력 약화

‘조직된 이들이 적극 투표’
지지율 방어선 역할 판단에
캠프들, 선거인단 모집 사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캠프 인사들은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을 누빈다. 지역 청년·여성·노인위원회 등 당 조직은 물론 각종 체육회, 이익단체를 만나 지지를 호소한다. 이미 특정 후보에게 지지를 약속한 단체는 다른 후보 측과 만나는 것을 꺼리는 까닭에 “만나기만 해도 성공”이란 말도 나온다. 선거인단으로 모집한 이들에겐 주기적인 통화나 문자 메시지로 “마음 변치 말아달라”고 매달린다.

이 같은 조직 활동으로 대의원이나 권리당원, 시민선거인단(일반당원·국민)에게 약속받는 표를 ‘조직표’라고 말한다. 민주당 조직표의 충성도는 대의원(1만4935명), 권리당원(70만4915명), 일반당원·국민(2차 모집 기준 113만명) 순으로 약해진다. 현직 국회의원이 대부분인 당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닿는 순서다.

조직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2000년대 이후 조직표의 영향력은 꾸준히 약화돼 왔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1997년까지 수천명의 대의원이 후보를 뽑던 방식에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160만명이 후보를 뽑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 계기다. 210만명대 선거인단의 참여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조직표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과거에 비해 확장돼 조직표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며 “선거인단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고려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흐름에 따라 표를 던지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각 후보 측이 ‘조직’한 이들이 약속대로 표를 던지리란 보장도 없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100명을 조직했다고 가정하면, 그중 70명이 투표에 참여해 60%(42명)만 약속대로 표를 주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내가 밥을 산 사람만 나를 뽑았어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실제로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는 사후 결과를 보고 추측할 뿐이다.

조직표의 영향력이 약화된 또 다른 원인으로는 조직을 통하지 않고 쉽게 선거정보를 얻을 수 있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높아진 유권자 의식 수준이 꼽힌다. 2004년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지구당 조직이 사라지면서, 정당의 조직력이 약화된 것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각 후보 측이 조직표에 공을 들이는 것은 관성에 의한 행동일 뿐”이라며 “조직표의 영향력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각 후보 캠프는 조직표에 공을 들인다. 조직표가 지지율을 지켜주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는 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이 ‘허수’로 포함돼 있고, 잘 조직된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설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은 국민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최종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한 후보 측 재선 의원은 “조직표로 전세를 역전시킬 순 없어도, 지지율을 받쳐주는 방어선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자 중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정세균 후보에 비해 당내 조직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직표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다음달 4일 첫 순회 경선지역인 대전·충남에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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