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신노동법 발표…노동 의제 선점

김상범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주4일제 로드맵과 신노동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주4일제 로드맵과 신노동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주 4일제 로드맵과 ‘신노동법’ 비전을 12일 제안하면서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노동 어젠다를 차지했다. 심 후보는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자신이 밝힌 주 4일 근로제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는 한편 “68년 된 낡은 근로기준법은 1000만명에 달하는 ‘일하는 시민들’을 법 밖으로 내팽개치고 있다”며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신 노동법을 제안했다.

심 후보는 이날 “주 4일제는 휴식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로운 시간’으로 가는 길”이라며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제안했다. 1단계는 공론화 과정으로 노동자, 자영업자, 기업 등이 참여하는 범시민추진본부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 2단계는 시범운영 단계다. 1년 반 동안 교대제 사업장, 여성다수 사업장 등을 지정해 주 4일제를 도입해 보고 그 결과를 분석한다. 이 분석을 토대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단계인 입법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노동계에서 주 4일제를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니다.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시간과 임금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정규직들에게만 혜택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심 후보는 “소득단계에 따라 주4일제와 노동시간 단축은 세밀하게 맞춤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의 경우 최소노동시간보장제를 통해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부족한 소득을 보완할 ‘평등수당’을 도입해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신노동법 비전도 발표했다. 심 후보는 “70년 전 만들어진 노동법 체제로는 ‘새로운 일하는 시민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어렵다”며 “심상정 정부가 추진할 ‘모든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으로 대표되는 신노동법 체제는 절반의 주권에 그치고 있는 다수의 시민들을 포함하는 ‘정의로운 노동’ 체제로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의 신노동법은 노동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법에 규정된 ‘노무제공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에 더해 심 후보는 “근로기준법의 5인미만 사업장 적용, 전국민고용보험의 신속한 도입, 모든 일하는 시민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대선 후보 가운데 구체화된 노동 공약을 밝힌 것은 심 후보가 처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캠프 차원에서는 비정규직 적정 임금 보장,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등의 공약을 상당 부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같은 정책들은 이날 심 후보의 신노동법 비전과 상당 부분 겹친다.

여야 주요 후보들이 정책 발표를 미루는 사이 심 후보가 관련 의제를 먼저 차지한 모양새다. 심 후보로서는 진보 정당의 ‘주특기’인 노동 의제를 선점해 양당 맞대결 구도에서 선명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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