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또다시 설화 파문에 휩싸였다. 송영길 당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돌잔치 사진을 문제 삼으려 돌상에 일본 엔화가 올려져 있다고 주장했지만 옛 한화로 드러나면서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토리(윤 후보 반려견) 엄마’라며 김씨가 출산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다가 난임·불임 가정에 상처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공식 사과했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가뜩이나 위기인데 역풍을 자초했다”는 성토가 나온다.
주말 사이 민주당발 설화가 잇따라 터졌다. 먼저 송 대표가 윤 후보의 돌잔치 사진을 놓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송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2021년 총회에서 “돌잔치에 엔화가 우리나라 돈 대신 돌상에 놓였을 정도로 일본과 가까운 유복한 연세대 교수의 아들로 태어난 윤석열씨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서울대 법학 대학을 나와 검사로서 검찰총장을 했다. 갑의 위치에서 살다가 다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뭘 하겠다고 하며 공정과 상식을 외치고 있는데 그 부인과 아내가 모두 다 비리 의혹에 쌓여 있다”고 발언했다.
송 대표는 이 후보에 대해서는 “화전민의 아들로, 아홉 식구의 일곱째로 태어나서 소년공으로 공장 생활을 했다. 검정고시로 중앙대를 가서 사법시험을 합격했지만 판·검사의 길을 걷지 않고 인권 변호사로, TK(대구·경북) 출신인데 민주당과 인권변호사로 함께 해 이 길을 걸어온 소중한 삶의 캘린더를 우리 모두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유복한 성장 배경 등을 부각시켜 이재명 후보와 다른 점을 내보이려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가 말한 윤 후보의 돌 잔치 사진을 확대한 결과 해당 지폐는 옛 한화 지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폐에는 한글로 ‘천 환’이라고 적혀 있었다.
윤 후보 측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전형적인 거짓 네거티브이자 흑색선전”이라며 비판했다. 머쓱해진 송 대표는 20일 “실수를 인정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 의원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출산 여부를 비교해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의 수행실장인 한 의원이 지난 17일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며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합니다”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토리는 윤 후보의 반려견 이름이다. 김혜경씨는 두 아이를 낳아 길렀지만 김건희씨는 자녀가 없이 반려견만 키운다는 점을 대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한 의원은 두 사람의 수식어를 삭제하고 해당 부분을 “김혜경 vs 김건희”로 고쳐 썼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SNS에 “윤 후보와 김건희씨는 본인들이 원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아니다. 과거 김건희씨는 임신을 한 적이 있다”며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파문이 커졌을 당시 김건희씨가 크게 충격을 받아 유산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윤 후보 부부는 아이를 낳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난임·불임 가정에 상처를 준 이 후보 측의 사과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맹공했다.
한 의원은 지난 20일 SNS에 “며칠 전 제 글로 인해 논란과 비판이 있다. 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거나 상처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결코 여성을 출산 여부로 구분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표현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조차 우려와 비판이 엇갈려 나왔다. 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송 대표와 이 후보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수행실장인 한 의원이 역풍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중진 의원은 21일 통화에서 “당이 위기 상황인데도 위기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후보만 뛰면 뭐하냐. 제발 신중하게 언행을 하고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