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단일화 막전막후
안 “만날 용의” 3·1절 발언 후
장제원·이태규 채널 재가동
안 “어떻게 신뢰 보여주나”
윤 “나를 믿어달라” 설득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양측은 3일 단일화에 합의하기까지 숨가쁘게 움직였다.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과 결렬 선언, 폭로전까지 끊어진 듯했던 단일화의 끈은 이날 새벽 두 후보의 2시간30분 회동으로 다시 맺어졌다. 사전투표 개시를 하루 앞둔 데드라인에 이뤄진 극적 합의였다.
두 후보는 전날 마지막 대선 TV토론을 마치고 자정 무렵부터 2시간30분가량 회동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배석했다. 장소는 장 의원 매형인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의 서울 강남 자택이었다. 성 교수는 안 후보가 카이스트 재직 시절 옆방에서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고, 이후 안 후보가 설립한 동그라미재단의 이사장을 맡을 만큼 친분이 깊었다.
양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화는 캔맥주 건배로 시작됐다. 주로 안 후보가 묻고 윤 후보가 답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다. 안 후보가 “어떻게 신뢰를 보여주겠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나와 안 후보가 성공한 정부를 만들자. 그것이 안 후보의 성공도 담보하는 것 아니겠냐”라는 취지로 답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 당선 시 180석 여당을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성공한 정부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모든 결정을 혼자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국정운영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대선 이후 안 후보가 하려는 일이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후보 간 공감대는 오전 2시30분 무렵 이뤄졌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이 합의했던 내용을 토대로 공동선언문이 만들어졌다.
마지막 순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이었다. 양당 관계자들은 단일화 공적을 세우려는 ‘무허가업소’들이 많았던 탓에 후보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3일 안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일주일 만에 결렬을 선언했다. 단일화 1차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던 지난달 26일 윤 후보는 안 후보 자택 방문 계획까지 세웠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삼고초려’ 계획이 무산되면서 윤 후보는 불쾌함을 표시했고, 지난달 27일 윤 후보가 국민의당과의 협상 경과를 공개했다. 안 후보 측도 “허위조서를 보는 느낌”이라고 하며 마지막 가능성까지 사라졌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러나 양측의 물밑 노력은 계속됐다. 지난달 28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안 후보의 심경 변화가 감지된다”는 국민의당 측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날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호남 유세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직후 회의를 열었다. 단일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단일화 성사의 실질적인 분기점은 지난 1일 안 후보 발언이다. 안 후보는 3·1절 기념식 후 “중요한 어젠다를 논의하자고 하면 어떤 정치인이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협상 재개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국민의당도 국민의힘의 단일화 의지를 확인했다. 2일 장제원·이태규 채널이 재가동됐다. 두 사람은 TV토론 전까지 양측 후보 의중을 확인하며 소통했다. 토론회 후 윤 후보는 강남 한 스튜디오에서, 안 후보는 당사에서 보고를 받고 단일화 의지를 확인했다. 두 후보는 경호원 없이 성 교수 자택에서 마주했다. 지난달 13일 이후 계속됐던 단일화 기싸움은 19일 만의 결자해지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