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패인은…“ ‘졌잘싸’ 유령, ‘잘했졌’ 유령이 떠돈다”

박광연 기자

초·재선 10명 ‘선거 2연패’ 이후 첫 평가 토론회 개최

전문가 “장기침체 초입” 쓴소리…일부 비공개 논란도

더불어민주당 초선·재선 의원들이 8일 대선·지방선거 패배를 평가하는 첫 토론회를 열고 당의 성찰과 혁신 방향을 논의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에 비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대선 이후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가 번지며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탄희·김성주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0명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지방선거 평가 1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 공식 평가에 앞서 의원들이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당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대선 전후 민주당의 문제를 비판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국민의힘은 30대 대표 주도 아래 새 인물 등용을 위해 제도를 개선했지만, 민주당은 관료화된 듯한 모습”이라며 “시대정신 제시에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당심과 민심, 현재 지지층과 이탈 지지층 사이 괴리가 크다”며 “민주당은 장기침체 초입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당에는 대선 이후 이재명 전 대선 후보에 대한 ‘졌잘싸’ 유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잘했졌’(잘했는데 졌다) 유령이 떠돌고 있다”며 “대선 패배 원인이 없는 정당이 됐다”고 비판했다.

당 혁신 방향도 제안됐다. 이 소장은 “민주당은 40·50대가 핵심 지지층이라 20·30대의 현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견을 허락하지 않았던 관행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부소장은 “진보적 가치 지향을 분명히 하되 개혁은 유능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탄희 의원은 “민주당의 가치와 지향점을 명확히 하고, 개별 정책을 중심으로 대응하기 이전에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는 말들이 있었다”며 “민주당이 굉장히 큰 위기라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공과와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행보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민병덕 의원도 “ ‘졌잘싸’와 ‘잘했졌’ 두 유령이 있다는 지적이 매우 와닿았다”고 말했다.

토론회 공개 범위를 놓고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소장 발표까지만 공개되고 김 대표와 최 부소장 토론 등은 비공개되자 취재진 일부는 “토론자를 공표해놓고 토론회를 비공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의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일부 의원들이 전면 공개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선 “허심탄회하고 신랄한 평가가 공개되는 걸 두려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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