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핵관 정면충돌···이 “당신들이 내부총질”-윤핵관 “당 위해 한 게 뭐 있나”

정대연 기자    문광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지칭한 문자가 공개된 이후 이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28일 “내부총질”이란 표현을 사용해 “연전연패의 과거로 되돌아가지 말자”며 우회적으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했다. 친윤계는 이 대표를 향해 “당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 대표를 중징계한 당 중앙윤리위원회도 “윤 대통령을 비롯해 소위 윤핵관과 (윤리위 결정을) 연계시키는 악의적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는 구태정치 행위”라고 가세했다. 이 대표가 향후 반윤·비윤계 대표주자로 입지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제기한 2020년 총선 무효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는 기사를 올리면서 “돈벌이에 미쳐서 오히려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내부총질’을 했던 유튜버들에 현혹됐던 많은 분들이 이제 이성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부정선거 의혹으로 2년 간 보수진영에 미친 해악이 오늘로 종결되기를 기대한다”며 “항상 남을 지목하고 까내렸지만 당신들이 오히려 보수몰락을 위해 뛰던 내부총질러였고 스파이였고 프락치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런 것 하나 초반에 정리하지 못하고 2년을 끌어온 게 보수진영의 역량이었다”며 “유튜브를 중심으로 만든 당신들만의 우물 안 작은 세계 속에서 국가 대소사를 논했으니 연전연패했던 것이다. 그 연전연패의 과거로 되돌아가지 말자”고 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에둘러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부총질’을 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우물 안 작은 세계’에만 갇혀 있는 그들이라는 것이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 등장한 인물로 추정되는 강기훈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이 2020년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자신이 청년층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승리를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표와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상대를 강하게 비난하며 정면 충돌했다. 이 의원은 이날 아침 SNS에 “양두구육(양 머리에 개고기)”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하늘을 우러러보며 큰 소리로 웃음)할 일”이라고 썼다. 이 대표가 전날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겨냥해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은 이 대표가 지난해 3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야지”라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총괄보좌역을 지냈다.

이 의원은 이날 YTN 인터뷰에서도 “(이 대표가) 지난 11년인가 12년 동안 정치하면서 보여준 모습이 바로 양두구육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글을 썼다”며 “본인이 당 대표직에 있으면서 당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전국을 돌며 자신을 지지하는 청년당원 등을 비공개로 만나는 데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가서 반대하는 분들의 민심도 청취해봐야지 계속 저러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며 “쟁송 절차를 거쳐서 (본인이 받는 혐의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해야지 지금 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표현에 대해 “당원 대다수가 이 대표가 내부총질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당원들의 생각을 대변해주신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 대표도 응수했다. 이 대표는 이 의원 입장과 관련해 경향신문에 “오늘 국민들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것 같다”며 “그간 고생하셨는데 덜 유명해서 조급하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간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구분해 대응하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내부총질” 메시지를 통해 ‘윤심’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함께 비난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MBN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계 생각이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게 같으면 나라가 큰일 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표는 “상대하지 않고 당원들을 만나러 또 출발하겠다”며 장외정치를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대표가 반윤·비윤계 대표주자로 자리잡는 쪽으로 정치 행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정치적으로 볼 때는 (윤 대통령 문자 유출로) 이 대표가 꼭 불리하지는 않다”며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과정도 소위 ‘문핵관’(문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과의 투쟁과정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윤심이 드러난 이상 이제 이 대표와 윤 대통령과의 정면대결은 불가피해졌다”며 “중앙정치에 관여해 내부총질 소리를 듣고 당·대통령 지지율 하락 책임을 뒤집어 쓰기보다 당분간 지금까지와 같은 행보를 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윤리위의 이 대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결정에 윤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징계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이) 그러시지 않았으리라고 믿고 싶다”면서도 “윤핵관들의 힘이 작용했고, 대통령께서 그걸 그렇게 만류하시지는 않지 않았을까 의구심은 계속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심 개입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윤리위는 “윤리위 징계 결정을 개인의 정치적 단상과 편견에 따라 정치적으로 왜곡과 폄하한 것도 모자라 소문과 억측으로 윤 대통령을 비롯해 소위 윤핵관과 연계시키는 악의적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는 보장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가 아닌 반드시 청산돼야 할 구태정치 행위”라며 “‘조폭과 같다’, ‘당권 쿠데타 세력’, ‘토벌돼야 할 반란군’, ‘극렬 유튜브 농간에 넘어갔다’, ‘쳐낸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등의 조악한 언어로 윤리위 결정을 평가하는 것은 윤리위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을 넘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리위가 언급한 표현들은 이 대표와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 하태경 의원 등이 앞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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