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초선 32명 “비대위로 가야”…권성동 “반대 안 해”

정대연·문광호 기자

낮은 지지율·불안한 권성동 체제…여당, 격랑 속으로

같은 위기, 다른 마음?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표명한 배현진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같은 위기, 다른 마음?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표명한 배현진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배현진 최고위 사퇴·박수영 등 친윤계 성명서…권 대행 압박
권 “최고위원 추가 사퇴 전제로 찬성”…이준석은 반대 입장

국민의힘이 29일 격랑에 휩싸였다. 배현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고 친윤석열(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초선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들도 사실상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사퇴를 요구했다. 권 대행이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메시지를 노출시킨 지 3일 만이다.

권 대행은 최고위에서 당장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지만, 친윤계 내에서 고립되는 모양새가 되자 최고위원 추가 사퇴 등을 전제로 “비대위로 가는 것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대표 측은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고 있어 지도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배 최고위원은 최고위 후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못하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며 “지금이라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권 대행을 비롯한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사퇴를 통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압박한 것이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일단 사퇴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당헌·당규의 원칙대로 가야 한다. 저는 사퇴 의사가 없고, 당정의 안정을 위해 권 대행 체제가 안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권 대행이 어떤 식으로든 수습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친윤계 박수영 의원은 당 초선의원 63명 전원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최고위원직을 던진 결단을 존중하며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서를 올렸다. 박 의원 등은 성명에서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시키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유상범·박성민 등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과반인 32명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요구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원들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 등은 성명서를 이날 오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박 의원은 초선 의원 총회 개최 등 계획에 대해 “당 지도부의 결단을 보고 그게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또다시 액션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에 참여한 한 의원은 “박수영 의원이 주변의 초선·재선 의원들과 사전에 성명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내부 총질” 문자 유출을 계기로 친윤계 내에서 권 대행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한다. 전날 이철규 의원의 이 대표 비판, 이날 배 최고위원 사퇴 및 초선 의원 성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노린 친윤계의 준비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최근 여당에 현 대행 체제보다 비대위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윤계의 움직임에도 윤심이 개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비대위 전환 요구가)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당대표를 노리는 인사들도 권 대행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기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은 비상시기다.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비대위 체제 후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원한다. 안철수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의원총회에서 권 대행)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대로 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조기 전대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비대위 전환을 둘러싼 내홍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대위 관련 당헌 조항을 두고 각자 이해에 따라 해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당헌상 최고위 기능이 상실돼야 비대위 체제로 갈 수 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기능 상실’을 규정할 것인지가 문제다. 당내에서는 최고위원 정원 9명 중 5명 사퇴,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이 대표를 제외한 현원 7명 중 4명 사퇴, 전원 사퇴가 ‘기능 상실’ 기준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대표 측은 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1명이 남아도 원칙적으로는 최고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 대행은 최고위에서 “대통령을 내가 설득해볼 테니 주말까지 기다려 달라”며 당장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심과 친윤계가 함께 권 대행을 압박하는 모습이어서 권 대행이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권 대행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비대위 전환 요구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권 대행은 최고위원 2명 이상 추가 사퇴(총 9명 중 5명 부재)와 당대표와 대표 권한대행 외에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권 대행은 다음주부터 4선 이상 중진 등 선수별로 의원들을 만나 사태 수습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전환이 현실화되면 이 대표가 비대위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 후 복귀할 길이 차단될 수 있어서다.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사퇴를 통한 비대위 전환은) 꼼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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