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큰 문턱 넘었지만 ‘이준석 사퇴’ 없이 순항할까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가운데)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의 윤영석 최고위원과 조 최고위원은 31일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른쪽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직무대행 사퇴와 함께 비대위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가운데)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의 윤영석 최고위원과 조 최고위원은 31일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른쪽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직무대행 사퇴와 함께 비대위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직무대행직 사퇴와 함께 당의 조속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여당의 비대위 출범이 가시화됐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친윤석열계의 비대위 전환 드라이브에 속도가 붙게 됐다.

이준석 대표가 사퇴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로 가는 초유의 상황이라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부터 비대위의 성격·기간까지 출범 전후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 대표가 법원에 비대위 출범의 절차상 문제를 제기해 받아들여질 경우 당이 큰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정과제에 힘을 실어야 할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100일도 안돼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비대위 체제로 지도체제를 바꾸며 혼선을 겪고 있다. 친윤석열계를 위시한 당 주도 세력이 이 대표를 몰아내고 당권을 차지하려는 권력투쟁에만 몰두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권 대행의 입장 발표와 조·윤 최고위원 사퇴 의사 표명으로 국민의힘은 비대위 전환의 가장 큰 문턱을 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비대위 전환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볼 현재의 지도부 다수가 수용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현 지도부 출범 당시 최고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이 사고 상태이거나 사퇴했거나 사퇴 의사를 밝혀 당헌상 비대위 전환의 전제 조건인 ‘최고위 기능상실’을 주장할 명분도 생겼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이라 의장직을 사퇴할 수 없지만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이 비상상황”이라며 비대위 전환에 공감하는 글을 올렸다.

권 대행 측 관계자는 이날 “권 대행이 이전처럼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로 비대위 전환 숙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 대표가 ‘사고’ 상태지, 사퇴 의사를 밝혔거나 ‘궐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 당헌에는 비대위원장 임명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엄격하게 해석하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직무대행 체제서 비대위원장 임명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

- 이준석 대표 측근 김용태 최고위원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며 “국민의힘이 이렇게 원칙도 절차도 없이 날림으로 일을 처리하는 코미디 집단이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선례를 남겼다가는 국민들의 비웃음만 사고 두고두고 악순환이 반복될 여지를 주는 셈”이라며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고 했다. 이런 주장을 의식해 당내에선 당헌을 개정해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최고위원이 전원 사퇴해야 최고위 기능상실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며칠 전만 해도 당 사무처에서 법원 판례를 들어 이러한 분석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법적으로 살아있는 당대표 몰아내는 전대는 당권 쿠데타

- 조해진 의원

당헌상 비대위 전환 의결 권한을 가진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도 비대위 전환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무엇 때문에 비대위로 가야 하는지 납득이 잘 안간다. 지금 상황이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인지 규정이 분명하지 않다”며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지 안건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최고위와 전국위 등 절차가 모두 지뢰밭이다보니 권 대행은 이날 저녁까지 오는 1일 최고위 회의를 열지 결정하지 못했다. 원내 최고의결기구인 의원총회 의결을 통해 비대위 전환의 절차적인 정당성을 보강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데, 의총에서도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출범할 비대위 성격과 기간을 두고도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친윤석열계와 당권주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전제로 그때까지 관리를 맡는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한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SNS에 전당대회를 열지 않는 “돌파형 비대위, 혁신 비대위”를 주장했다. 그는 “법적으로 살아있는 당대표를 강제로 몰아내는 전대는 당헌당규 위반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종의 당권 쿠데타”라며 “문제 해결은커녕 대분열 사태를 초래해 당과 정부를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전대를 한다 해도 새 대표가 내년 6월까지인 이 대표의 남은 임기만 채울 지, 새로 임기 2년을 시작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쥐게 할 지도 논란거리다. 새로 임기 2년을 시작하는 대표를 뽑으려면 당헌 개정이 필요하다.

신임 비대위원장에는 정진석 국회부의장, 주호영 의원, 황우여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주로 관리형 비대위를 상정하고 당내 안정감 있는 인사들을 추천하는 목소리다.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 이준석 대표, 당내 비대위 추진세력을 겨냥해

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면 이 대표는 돌아올 공간(최고위)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 대표가 친윤계와의 정면승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 “저 자들의 우선 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라며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라고 비대위 추진 세력을 비난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권력을 상징하는 반지에 집착하는 등장 인물인 나즈굴과 골룸처럼, 당내 권력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가 비대위 전환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삼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다. 한 당직자는 “윤리위원회의 이 대표 징계 결정과 달리, 이번 비대위 전환은 절차에서 어느 정도 무리가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무리한 비대위 전환이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우려가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인위적으로 하면 사고가 생긴다”며 “직무대행 체제로 가고 정상적 절차에 따라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에선 머지 않아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비대위 전환의 절차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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