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전당대회(전대)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부상하고 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초 전대 개최를 선호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연내 새 지도부 선출을 원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의원들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표를 노리는 인사들은 사실상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내년 초 전대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는 전날 언론보도와 관련해 “전대 날짜나 비대위 지속 기간은 당에서 비대위원과 당원 뜻을 모아 결정할 문제”라며 “그 보도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의중과 상관 없이 비대위원장인 자신이 주도해 당원 의사 수렴을 거쳐 전대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주 위원장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9일 이후 전대 일정에 돌입해 내년 1월 말~2월 초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전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대 시기를 언급했다는 보도 내용을 공식 부인했지만, 당에서는 윤 대통령 의중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조기 전대 요구가 많다. 오는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면 주 위원장 대신 윤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려 할 것이기에 정상적 지도부를 서둘러 구성해 윤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게 이유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을 때처럼 윤 대통령 뜻에 따라 조기 전대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비대위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기 전대에 가장 적극적인 당권 주자는 김기현 의원이다. 김 의원은 이날 전대 시기에 대해 “As soon as possible(가능한 한 빨리), 빠를수록 좋다”며 “대략 국정감사를 마치고 나면 전대를 준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감은 10월4일 시작해 같은 달 24일 끝난다. 내년 초 개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안철수 의원은 전날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끝나고 바로 (일정을) 시작하면 12월 중순이라도 (전대 개최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참석하는 25~26일 연찬회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연찬회에서는 전대 시기와 비대위 역할 등을 두고 격론이 예상된다. 당 관계자는 “연찬회에서 윤심이 공유되면 자연스레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권 주자들은 경쟁 상대를 견제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 의원은 최근 여의도 국회 인근에 선거준비용 사무실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이 주도하는 ‘혁신24, 새로운 미래’ 5차 공부모임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김 의원은 “인수위에서 앞으로 5년 간 이런 가치를 지향해서 이런 결실을 만들겠다는 게 (정리가) 돼야 했다”며 “지나고 나니 인수위에서 무엇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 의원을 겨냥한 말로 들린다. 안 의원은 언론에 “인수위 역할에 대한 부정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이라고 맞섰다. 대중 인지도가 낮은 김 의원은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의원·민주노총·중국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선명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정책 전문성을 강조하는 안 의원은 이날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뒤 첫 법안으로 ‘1·2기 노후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1·2기 신도시의 리모델링·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광역교통 개선 대책을 수립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5선인 조경태, 4선인 윤상현 의원도 대표 출마에 뜻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원외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몸을 풀고 있다.
전대 개최 시기는 잠재적 주자들의 출마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대가 늦어질수록 출마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이후 전대가 열리면 내각으로 차출된 원희룡 국토교통부·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당에 복귀해 대표직을 노릴 거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국회부의장 임기가 연말까지인 정진석 의원과 원내대표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 권성동 의원도 출마가 가능하다. 내년 1월 초 당원권 정지 징계가 풀리는 이준석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