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 총사퇴’ 투표 결국 부결···‘재창당 수준’ 혁신론 분출 여전

김윤나영 기자    탁지영 기자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여부를 묻는 권고안의 당원총투표가 부결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여부를 묻는 권고안의 당원총투표가 부결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권고안이 4일 당원 총투표에서 부결됐다. 정의당 비례 의원 5명은 당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게 됐다. 투표 가결로 올 수 있는 최악의 혼란은 피했지만, 정의당 내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분출했다.

정의당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1만7957명 당원을 상대로 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5명(강은미·류호정·배진교·이은주·장혜영) 사퇴 권고안’에 대한 당원 총투표가 찬성 40.75%, 반대 59.25%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고, 이날 자동응답전화(ARS)를 합산해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투표율은 42.10%로 개표 요건인 20% 이상을 충족했다. 국회의원 사퇴 권고를 위한 당원 총투표가 성사된 것은 국내 정당 사상 처음이다.

이동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찬반 의사를 밝혀주신 모든 당원들의 혁신, 재창당 필요성, 당 지도부의 책임에 대한 엄중한 요구를 깊이 통감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당원들의 우려와 비판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찬성 투표를 주도한 정호진 전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결과를 존중한다”며 “당의 실질적 혁신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청원 운동이자 직접 행동이었다는 당원총투표의 의미는 정의당 역사에 또렷이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대 투표를 주도한 문영미 인천시당위원장은 “정의당은 국민에게 뼈를 깎는 쇄신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소신 정치는 존중하되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비례 의원 5명은 오는 5일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정의당의 위기를 비례의원 총사퇴로 극복하자는 찬성 측 주장은 당원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가 류호정·장혜영 의원에 대한 안티 페미니즘 기류에 편승했거나, 정의당 내 친민주당 그룹들의 비례 의원직 승계를 위한 투표라는 논란도 제기되던 터였다. 당원소환제를 우회하는 ‘꼼수 투표’ 논란도 있었다. 당원소환제는 당헌·당규를 위반해 당의 권위와 명예를 중대하게 실추시킨 국회의원의 사퇴를 권고하거나 출당을 강제한 제도다. 당원소환제가 성사되려면 당원 10%의 서명이 필요한데, 5% 서명만 필요한 총투표에 붙였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례 의원이 총사퇴하면 의정 공백을 우려하는 현실론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

장혜영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과거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가지 않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찬성 당론을 어기고 반대 표결한 자신의 이력을 거론하며 “저의 부족함은 제가 지향하고자 했던 소수자의 인권보장과 성 평등,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가치의 부족함일 수는 없다”며 부결을 호소했다. 류호정 의원도 전날 SNS에 “제가 당에 해악을 끼쳤다고 판정하신다면, 그 책임을 저에게 온전히 물어달라”며 “다른 의원들을 모두 묶어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이유로 사퇴를 권고하는 건 옳지 않다”고 적었다.

정의당은 이번 부결로 최악의 혼란은 피했으나, 당원 40.75%가 찬성한 인적 쇄신 요구에 무겁게 응답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당내에서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 요구론도 분출하고 있다. 정의당은 전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재창당 결의안’을 비롯한 당 혁신 안건을 오는 17일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이동영 대변인은 “당명 개정을 포함한 당 리모델링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정의당 전당대회에서도 당 혁신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새 지도부에게는 정의당의 비호감 이미지를 딛고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당면 과제로 꼽힌다. 특히 2019년 ‘조국 사태’로 당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만큼,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정미 전 대표와 조성주 전 정책위원회 부의장이 당 대표 선거 출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 모두 비례 의원 총사퇴에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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