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내내 전 정부·야당에 ‘적대감’…“선 한참 넘었다”

유정인·신주영 기자

윤 대통령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 노래” 발언 파장

“가짜뉴스·괴담은 국가 정체성 부정하는 세력들이” 언급도
보수 행사서 세결집 행보…야당 “대통령 인식, 일베와 같아”

<b>열광하는 보수</b>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열광하는 보수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종전선언을 추진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적대적 인식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보수단체를 찾아 피아 구분을 뚜렷이 하고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정치적 반대 진영을 “반국가세력” “국가정체성 부정 세력” 등으로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주요 책무인 통합과 협치가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민주당은 “ ‘반국가세력’이라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전임 정부 등 야권을 겨냥한 비판에 축사 대부분을 할애했다. “올바른 역사관, 책임 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강조하면서 야권을 극단적인 대립항으로 두고 비판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안보 전략의 차이가 아닌 ‘반국가세력’의 행위로 인식했다. 전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피하기 어렵다. “조직적, 지속적으로 허위선동과 조작,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라는 언급 역시 야권을 조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야권이 제기하는 안전성 문제를 ‘선동’ ‘괴담’으로 간주하면서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강조하면서 전임 정부에 날을 세우는 방식은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주로 사용해온 화법이다. 다만 이번에는 야당과 일부 노동조합, 시민단체를 ‘이권 카르텔’로 묶어 비판하던 데서 표현 수위를 확 높였다. 여권 지지층이 집중된 관변 보수단체를 찾은 자리에서 야권에 각을 세우면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역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정을 ‘자유를 수호하는 세력’과 ‘반국가세력’ 간 대결로 바라보면서 통합의 여지는 더욱 좁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것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적 반대파의 주장을 다른 의견이 아닌 국가정체성의 문제로 규정한 것으로, 반국가세력과는 타협이 불가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에서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 ‘국가 보위’가 첫 번째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기본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날 발언으로 야당을 겨냥한 ‘협치 불가’ 선언으로서의 의미가 강해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양분하고 있는 한국 대의민주주의 현실에서 윤 대통령발 적대 정치가 반복되며 극단적 정치 실종 상황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2년차 국정에서도 정부·여당과 야당의 협치보다 ‘직접 대화 없는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님, 극우 유튜브 채널 시청을 끊으십시오”라며 “일베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인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의 무분별한 말 폭탄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만큼이나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거리의 ‘꼴통 보수’가 하는 말과 대한민국 대통령이 하는 말은 달라야 한다”며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태극기 부대의 시위 연설 수준”이라고 말했다.

적대적 정치 분위기와 맞물려 반대파를 ‘간첩’ 등으로 모는 색깔론도 공적 영역으로 회귀하는 기류다. 검사 출신인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은 지난 26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안보토론회’에서 “(국민들이) 문재인이 간첩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윤 의원이 “(과거 발언처럼 윤건영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저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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