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윤 대통령, 이재명 만나야...국민한테 좀 지는 정치를”

조미덥 기자    문광호 기자

변화 의지 바로미터인 영수회담 성사 여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조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조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윤 대통령이 연일 국민과 민생을 강조하며 몸을 낮추는 분위기에서 여권에서도 영수회담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용할지 주목된다.

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그러면 국민한테 좀 지는 정치를 하셔야 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절반이 (영수회담에) 찬성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 전엔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부 수장이 이 대표와 만나는 것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었는데, 이제 판사로, 재판으로 넘어가 이해충돌 여지가 없다”며 “충분히 (만날)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이해충돌’이란 명분으로 만나지 않았는데 이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막상 대통령이 과감하게 만나면 민주당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도 했다.

하 의원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지난 8·9일 성인 1032명을 상대로 ‘이 대표가 제안한 민생 영수 회담을 윤 대통령이 수용해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물은 미디어토마토 조사(휴대전화 자동응답, 응답률 6.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보인다. 이 조사에선 과반인 51.2%가 ‘수용해야 한다’고 답했고,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34.1%,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유보한 층은 14.7%로 나타났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당장은 좀 그럴 수도 있지만 길게 봐서는 만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모든 걸 바꾸고자 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8일 K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예전에 소주 한잔하면서 편하게 야당 인사들도 불러서 대화 나누겠다 그러셨는데, 그런 장면을 보여주면 국민들께서도 조금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 원로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지난 19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임기 1년 반이 지나도록 국회 다수당인 야당 대표를 안 만났다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없었던 일”이라며 “야당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야당과 협치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도 여야 영수회담을 종용하고 있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라는 그 첫 번째로 복귀하는 이 대표와 만남을 시작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참모진과 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말했고, 19일에도 “용산의 모든 참모가 책상에만 앉아있지 말고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라. 나도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고 하는 등 연일 소통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보궐선거 패배 후 여권의 기조 변화를 이끄는 행보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여야 영수회담의 수용이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단식으로 상한 몸을 추스르던 이 대표는 오는 23일 당무에 복귀한다. 윤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하는 오는 31일 전후가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재명 대표를 만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좀 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추석에 이 대표가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즉각적으로 선을 그었던 것에 비하면 ‘뉘앙스’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다만 당내 강성 친윤석열계에선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YTN에 나와 “저희의 소통 태도가 변하는 것과 별개로 이렇게 누더기처럼 많은 혐의를 가진 분과 국가 정상이 만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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