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외교전문 공개

미 대사 “FTA, 미국이 한국 묶어둘 도구”

조찬제·김지환 기자

한·미 관계

주한 미국 대사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다음 세대를 위해 한국을 미국에 묶어놓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로 분석한 것으로 2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에서 드러났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2009년 9월24일 방한을 닷새 앞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에게 보낸 극비 문서에서 “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에 한국을 미국에 묶어두는 상징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유무역으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 이외에 정치적인 효과에도 주목했다.

그는 또 “한국의 유럽연합(EU),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다른 무역 파트너들과 FTA를 체결해 이익을 누리는 동안 미국이 그러지 못한다면, 미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한·미 FTA 발효를 강력히 원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지난해 말 진행된 한·미 FTA 재협상 당시 한국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를 하는 대가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지 못한 것은 협상 전략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또 “(한·미 FTA 비준을 위한) 국회 본회의 투표 일정이 (한국에서)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워싱턴에서 어떤 움직임의 기미가 있으면 한·미 FTA는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2007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쇠고기 시장 개방 등 향후 한·미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는 2008년 2월21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기밀 외교전문에서 이 당선자가 한·미 FTA의 선결조건인 쇠고기 문제를 4월 중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까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버시바우는 이에 따라 이 당선자 측이 4월17일 미국 방문 전까지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4월9일 총선 전까지 어떠한 합의에도 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신이 3월까지 비공식 합의를 할 것을 이 당선자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FTA를 신속하게 비준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용하지만 긴급한 선결과제는 미국 쇠고기 시장의 문호를 다시 개방하는 것이라고 말해 FTA 자체보다 쇠고기 시장 개방에 우선순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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