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 후 재협상’은 착시효과… 청와대 ‘개정 의지’ 없어

안홍욱 기자

이 대통령 제안 실효성 논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 꺼낸 ‘비준 후 3개월 내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제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미 협정문에 들어 있는 재논의 규정을 재확인한 수준이면서도 민주당 등 야당 요구를 수용해 개정할 것처럼 착시 효과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비준 반대 목소리를 달래려는 수사가 아니라 비준안 독소조항을 개정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최금락 홍보수석(53)은 지난 15일 이 대통령의 제안 뒤 브리핑에서 “이는 협정문 조항에 있는 것으로 대통령이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FTA 협정문 24.2조에 규정돼 있는 “양 당사국은 이 협정의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 조항에 근거해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미 FTA 비준 반대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를 폐기하거나 수정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 홍보수석은 “(대통령 제안은) 그동안 정부가 얘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투자자-국가소송제가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독소조항이 아니라 유리한 제도라고 보는 것이다. 최 홍보수석은 “국회가 총의를 모아 폐기를 요구하면 수용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의 요구만으로 재협상을 할 가능성에 대해선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비준안 강행처리를 준비 중인 한나라당이 투자자소송 폐기나 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결국 청와대의 재협상 제안은 결국 비준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준 후 재협상’은 착시효과… 청와대 ‘개정 의지’ 없어

정부도 그동안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58)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 조항 존폐 여부를 놓고 재협상하는 것은 우리 정부로서도 어렵고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통위 간사인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52)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정부에 투자자-국가소송제 재협상 여부를 타진해 보니 ‘노(NO)’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표변’했지만, 이중적 태도이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한·미 FTA 비준 이후 협상은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 협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이 한·미 FTA를 이행법률로 비준한 만큼 재협상은 미 행정부 권한이 아니라 미 의회의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재협상 틀에 응해도 한국 측 요구를 거부하면 수정할 방법은 사실상 없게 된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62)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도 시인했듯이 (행정부가) 독소조항을 재협상하고 국회가 비준 동의하면 되는데 비준 후 재협상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비준 전 재협상이 한국의 협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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