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투자위, 재협상 권한 있지만 의회 동의 있어야 개정·폐기 가능

김지환 기자·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을 위해 꺼낸 카드인 서비스·투자위원회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개정 또는 폐기 결정을 할 수 있는 곳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협상·개정에 대한 검토는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이 최근 투자자-국가소송제의 폐지 자체를 반대해온 데다 대외무역 협상권을 가진 미 의회가 최종적으로 개정에 동의해야 하므로 폐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16일 “만약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한 재협상을 한다면 서비스·투자위 혹은 공동위원회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미 의회라는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투자위에 개정·폐기에 대한 최종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말이라도 맞춘 듯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의 개정·폐기가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서비스투자위, 재협상 권한 있지만 의회 동의 있어야 개정·폐기 가능

이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례 중 하나는 한국이 최근 미국 측에 요구한 중소기업 및 서비스·투자 분야에 대한 협의 과정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미국 측은 협정 내용의 수정을 수반하는 논의에 난색을 표명했다. 한국 정부는 비준 전에 수정에 대한 협의가 성사되지 않자 중소기업 작업반과 서비스·투자위라는 기구를 마련했다.

한·미 양국이 교환한 서한을 보면 서비스·투자위는 협정문 22.2조(공동위원회)의 적용을 받는다. 이 기구에서 “협정의 개정을 검토하거나 협정상의 약속을 수정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 행정부가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 측이 제기하는 이슈에 대해 협의(Consult)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미측은 협정문과 서한에 있는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투자위는 기본적으로 협정의 이행을 감독하기 위한 기구이다. 외교부가 지난달 31일 배포한 ‘중소기업, 서비스·투자 분야 서한교환 보고’를 보면, 서비스·투자위는 투자자-국가소송제 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등을 다룰 수 있다고 예시돼 있다.

양국이 서비스·투자위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의 폐기 자체는 논의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서비스·투자위에서 투명성 제고나 국제중재판정부의 상소기구 설치 등은 협정 이행과 관련된 것이므로 논의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의 폐기는 원칙적으로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비스·투자위의 성격을 떠나 투자자-국가소송제가 폐기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의 행정부는 물론 의회의 동의도 있어야 한다. 협정 내용의 수정에 난색을 표한 미국이 한국의 폐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미 양국이 행정부 차원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재논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제도의 폐기에 대한 합의와 양국 의회 통과까지는 오랜 시간과 함께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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