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방문 높은 지지에 자신감 얻은 MB, 대놓고 ‘일본 폄훼’

손제민·박영환 기자

깊어가는 한·일 갈등 국면에 기름 부은 셈

일본 원하는 국제분쟁지역화 빌미 또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다녀온 뒤 사흘 만인 13일 처음으로 일본에 대해 입을 열었다. 독도 방문을 놓고 제기되는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해명 성격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본을 폄훼하는 말을 해 또 다른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임 국회의장단과의 오찬에서 독도 방문을 3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독도 방문이 ‘깜짝 쇼’가 아니라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독도 방문에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던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로 길게 논쟁한 일을 소개했다. 그는 “일본 같은 대국이 마음만 먹으면 (위안부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일본 국내 정치 문제로 인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강창희 국회의장, 박병석 국회부의장(가운데) 등 신임 국회의장단과 대화하며 오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강창희 국회의장, 박병석 국회부의장(가운데) 등 신임 국회의장단과 대화하며 오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그동안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대통령의 지방 순시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해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에도 한·일관계와 독도 문제에는 분리해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예산으로 만든 독도 종합해양과학기지 등의 구조물 설치 보류도 검토하는 등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발언으로 독도 방문이 일본을 겨냥한 외교적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거론하며 독도의 국제분쟁지역화를 꾀하고 있는 일본이 움직일 명분을 다시 한번 제공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본이 동일본 대지진 등을 거치며 국제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는 많은 이들이 하지만 타국 국가원수가 실명으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이 과거에 비해 경제적, 외교적으로도 힘이 많이 약해졌다는 뜻”이라며 “일본을 그다지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외교적 파장도 충분히 고려했으니 국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말은 일본인들로선 불쾌한 발언이다. 일본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일본인들로서는 이 대통령이 한국 정치인들 가운데 일본과 가까운 인사로 알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독도 방문에 국민 지지가 높게 나온 것에 고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오찬 회동을 소개하며 이 대통령이 “(고흥길) 특임장관이 대통령 독도 방문 여론조사를 하니 84.7%가 지지한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강창희 국회의장은 “독도 문제를 일본이 연례행사처럼 도발해서 국민이 답답해 했는데 이번 방문으로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과거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는 “일본은 우리가 과거사와 관련해서 강력하게 주장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외교적 상대”라며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무능과 장기적인 계획의 부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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