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촬영 대리합의’ 거부했다고 무고혐의 시달린 여성 소령 ‘무죄’

정대연 기자

부하 사건 덮으려던 대령…“가해자 가족으로 가장하라”

지시 안 통하자 잇단 불이익

맞고소로 법정에서 공방

김상민 기자

김상민 기자

2015년 7월 육군 3사관학교 교수인 ㄱ대위가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의 다리를 여러 차례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상관인 ㄴ대령은 여교수 2명을 호출했다. 3사관학교 교수 차성복 소령도 그중 한 명이다. 차 소령에 따르면 ㄴ대령은 이 자리에서 “ㄱ대위의 친누나로 가장해 합의금 300만원을 들고 가서 피해자와 대신 합의하라”고 지시했다. 차 소령은 이를 거부했다. 군검찰은 불법촬영 영상을 찍은 ㄱ대위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 후 시련이 차 소령에게 찾아왔다. 그해 9월 3사관학교 강사 2명이 차 소령의 비위사실을 제보했다. 감찰 후 차 소령은 경고장을 받았다. 학과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이듬해 10월 차 소령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ㄴ대령의 ‘대리합의 지시’를 신고했다. 곧 ㄴ대령도 육군본부 감찰실에 차 소령을 신고했다. 차 소령이 동료 군인을 모욕, 성희롱했다는 것이다. ㄴ대령은 ㄷ소령에게서 ‘2015년 4월 회식자리에서 차 소령이 허벅지를 만졌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받았다. ㄴ대령은 이러한 진술서를 모아 감찰실에 제출했다.

2017년 4월 국방부는 ㄴ대령에 대해 “군인복무기본법에 따라 성폭력 사실을 인지하였을 경우 사건에 대한 조작·은폐 없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차 소령 등에게 가해자 가족으로 가장해 피해자와 합의하도록 ‘부탁’했다”며 서면경고 조치를 내렸다. 부적절하지만 ‘강압’이나 ‘강요’는 없었다는 취지의 조치였다.

차 소령은 육군본부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과격하며 주변인과의 화합을 저해하고 지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현역복무부적합 심의대상자로 선정돼 육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까지 회부됐다가 전·현직 지휘관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덕분에 가까스로 ‘현역 적합’ 판정을 받았다.

논란은 법정까지 갔다. 차 소령은 지난해 6월 ‘자신이 성추행했다는 허위사실을 신고했다’며 ㄴ대령 등 5명을 무고 등 혐의로 고소했고, ㄴ대령 등도 차 소령을 맞고소했다. 군검찰은 지난해 9월 차 소령을 ㄷ소령 등에 대한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차 소령의 무고 혐의가 무죄라고 지난 2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인 차 소령이 고소한 내용은 허위사실에 해당된다면서도 “ㄷ소령이 2015년 4월 피고인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진술서를 1년이 지난 2016년 10월에 ㄴ대령에게 제출했고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징계를 받게 됐다”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ㄷ소령이 ㄴ대령의 부탁을 받고 허위진술을 했다고 판단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군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ㄴ대령은 ‘대리합의를 지시했다는 차 소령의 신고 내용은 허위’라는 자신의 주장을 군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자 재정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고등군사법원은 지난 25일 “하급자인 차 소령으로서는 상급자인 ㄴ대령이 대리합의의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하며 한 말을 지시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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