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실수사'로 사건 뭉개고 2차 가해 심각···10명 기소·16명 징계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공군 '부실수사'로 사건 뭉개고 2차 가해 심각···10명 기소·16명 징계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모 중사가 피해 직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수사와 피해자 보호, 보고 등 전 과정에 걸쳐 군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국방부 합동수사 결과 드러났다.

■부실 수사, 사건 은폐 의혹,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달 1일부터 착수한 이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9일 발표했다. 검찰단은 이날 현재까지 관련자 22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미 보직해임된 6명 외에 이 중사 원소속 부대이자 성추행 및 2차 가해가 발생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장 등 9명을 보직해임 의뢰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달 넘는 수사 기간 ‘초동수사 부실’의 윗선으로 지목된 공군 법무실 등 핵심 관계자들은 여전히 ‘내사’ 단계에 머무르는 등 군 수사 한계를 드러냈다.

국방부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누락한 이모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대령)과 늑장 보고를 한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 등 16명은 과실이 중대하다고 판단돼 형사 처분과 별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이날 발표는 지난달 1일 국방부가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아 대대적 수사에 착수한 이후 38일 만이다.

검찰단 수사 결과 20비행단부터 공군본부에 이르기까지 사건 발생 이후 처리 과정에서 부실 수사, 사건 은폐 등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군사경찰단장과 중앙수사대장 등 2명은 이 중사 시신 발견 당일인 5월 22일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에게 정상 보고했지만, 국방부 조사본부에는 강제추행 사실을 누락시키고 ‘단순 변사사건’으로 허위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차가해 심각, 재배치 부대에서 피해 사실 공공연하게 퍼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미흡한 보호 시스템도 확인했다.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및 청원휴가 이후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하기 위한 공문 처리 시 첨부한 인사위원회 결과와 전출승인서, 지휘관 의견서 등 관련 문건에 성추행 피해 사실이 고스란히 노출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 중사가 전속 신고 하기 전에 이미 15비행단에는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이 간부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다고 검찰단은 전했다. 특히 15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중령)은 이 중사 전속 전인 5월 14일 대대 주간회의에서 중대장(대위)과 준·부사관들이 듣는 가운데 “새로 오는 피해자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전입을 오니,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중대장도 준·부사관들을 모아놓고 “이번에 전입해 오는 피해자에 성 관련된 일로 추측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사는 이 상황에서 부대를 옮긴 직후 이틀간 부단장을 포함해 17곳이나 방문해 ‘전입신고’를 했다.

성추행 피해 직후 성추행 가해자와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와 압박을 한 2차 가해자들과 한동안 가까운 거리에서 지내는 등 즉각적인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도 되지 않았다.

이날 국방부 발표 내용은 중간 수사결과이긴 하지만, 군검찰 수사의 ‘한계’가 확인됐다.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에 대한 휴대전화 포렌식조차 24일째 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사건 초기 20비행단 군검찰 수사 과정에서 상부 조직인 공군 법무실이 당시 어떤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등 핵심 내용은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제외됐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늑장 인사처리를 한 공군본부 부사관·병인사과와 20비행단 인사행정처 및 군사경찰대대 등 담당 부서에 대해서도 ‘기관경고’ 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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